삼행시 & 에세이
♬ 하필 신은 내게
위- 장 기능은 괜찮지만 자극에 오래 견디지는 못한다.
대- 장이 약해서 술만 마시면 탈이 난다.
하- 필
신- 은 내게 이런 약한 장기를 주시고
주- 류를 끊지 못하는 기질도 함께 주셨다.
신은 정말로 공평하신 걸까? 위장은 멀쩡한데, 대장이 약하다. 술만 마시면 탈이 난다. 그런데 신께서는 나에게 술을 끊지 못하는 기질까지 덤으로 주셨다.
한 잔만 마셔도 다음 날 화장실과 친해지는 내 모습을 보면, 신의 유머 감각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술 마시면 배탈 나니까 그만 마시라"는 신호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주시다니.
그래도 신께 감사한 점은 있다. 대장 때문에 술자리를 오래 못 버티니, 내 알코올 비용이 크게 절약된다는 사실. 신은 나에게 약한 장기를 주셨지만, 그게 또 나름의 경제 관념을 가르치셨던 건 아닐까 싶다.
오늘도 결심한다.
"술은 이제 그만!"
그러나 하루 만에 무너지는 내 다짐을 보며 신도 웃고 계실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