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었다.
여름 끝을 알리는 비가 그치고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날카로워졌다.
솔은 우산을 접어들고 가방을 왼쪽 어깨에 메었다.
저만치 횡단보도 신호가 초록 불로 바뀌자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뛰어갈까 잠시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여기저기 뛰어다닌 오늘을 집으로 가는 시간마저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깜박이던 초록 불이 빨간 불로 바뀌자 횡단보도 앞에는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선수들처럼 사람들이 옆으로 줄지어 섰다,
비 오는 금요일 저녁은 아침보다 활기차 보였다.
하나둘 짝을 지어 흩어지는 사람들은 모두 흥겹고 좋아 보였다.
솔은 무거운 가방을 오른쪽에 바꿔 매고 우산을 왼손에 옮겨 들고 사람들 속을 헤치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현관문 앞에 도착한 솔은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을 서성였다.
"다녀왔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귀가 인사를 하고 또 아무렇지 않게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 앞에 앉을 자신이 없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을 알지만 솔은 아무렇지 않게 할 수가 없었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를까 한 발 앞에 섰다가 솔은 돌아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곧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아파트를 막 빠져나오는데 비가 다시 오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지."
흥청거리는 금요일 저녁에 솔은 홀로 외로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꼬르륵.
생각해 보니 오늘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뛰어다느라 배가 고픈 줄도 몰랐다.
그런데 지금, 배가 고프다.
<출처/Pixabay>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