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길 2

귀가

by 봄비가을바람

마지막 여름비는 가을을 불러오는 비.

빗소리마저 서늘한 저녁 밤거리는 바쁜 걸음들이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파트를 나와서 공원으로 가려고 하다가 어두컴컴한 곳에 뭔가가 도사리고 있을 것 같은 불안이 몰려왔다.

비가 오지 않으면 불빛이 환한 길가 쪽 벤치에라도 가겠는데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김밥 하고 라면 주세요."

솔은 결국, 어제처럼 분식집으로 들어갔다.

하루종일 메고 있던 백팩을 이제 겨우 옆 자리에 내려놓았다.

책, 노트북, 필통, 물병 등 그 밖에 나름대로 필수품만 넣었는데도 가방이 어깨를 짓눌렀다.

자난 주만 해도 이렇게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았다.

"왜 이렇게 큰 가방을 들고 다녀.

회사에 놓고 다녀도 되잖아.

키 안 크게."

"엄마는 내가 몇 살인데.

맨날 키 얘기야."

오늘 아침에도 현관을 나서는 솔에게 엄마는 언제나처럼 염려가 담긴 잔소리를 했다.

<엄마한테 어떻게 말하지.>



"김밥 하고 라면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후루룩후루룩.

우선 솔은 뱃속 신호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

따뜻한 집밥을 바라지는 않지만 뭔가를 먹기는 먹어야 했다.

다행인 건 아직 김밥과 라면이 질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분식집을 나오며 솔은 또다시 어디로 갈지 몰라 우산을 펴고 공원 쪽을 멍하니 보고 서 있었다.

"아이코, 우리 솔이네."

"아빠."

비 오는 날 저녁에 어울리게 약간 취기가 올라 얼굴이 빨개진 아버지가 한 손에 우산을 들고 한 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솔을 보고 반색했다.

"왜 안 들어가고?

아빠, 기다렸나?"

"아, 네.

솔은 대충 얼버무리고 검은 비닐봉지로 눈길을 돌렸다.

"술 한 잔 하고 순대 좀 샀다.

엄마가 좋아하잖나."

"네."

솔은 이제 좀 비틀대는 아버지 손에서 순대 봉지를 받아 들고 뒤를 따랐다.



술기운이 오른 아버지를 대신해 솔은 현관 비밀번호를 눌러야 했다.

"내, 왔다."

"다녀왔습니다."

"웬일로 둘이 같이 오네."

"요 앞에서 만났다."

엄마는 순대 봉지를 받아 들고 아버지와 솔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딸, 순대 좀 먹어라."

아버지가 열린 방문을 살며시 열며 들어왔다.

"아니요. 괜찮아요."

"정말 괜찮냐?"

아버지는 문틈으로 엄마의 동태를 살피며 말했다.

"네!? 네."

솔은 의아한 눈으로 아버지를 보았다.

"엄마한테는 말해야지."

아버지의 말에 솔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출처/Pixaba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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