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해."
솔은 식탁에 팔을 괴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엄마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한참 동안 엄마는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고개를 든 엄마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좀 제대로들 합시다.
매번 우리 팀만 왜 이럽니까?"
아까부터 김 대리는 누구 들으라는 듯 계속 작은 목소리도 아닌데 구시렁대고 있었다.
듣기 싫은 목소리는 그칠 줄 모르고 그 소리에 또 누군가는 고개를 못 들고 있었다.
솔은 슬며시 의자를 밀어 이 과장님을 슬쩍 보았다.
한 달 내내 준비한 일이 수포로 돌아가버리자 팀원 전체가 의기소침해지고 반복되는 일에 뭔가 의심스러운 일이 우리 주위에 생기고 있는 것 같았다.
김 대리는 특히 이 과장님한테 불만이 많았다.
어느 누구도 업무에 대해 트집을 잡지 않는데 김 대리는 이 과장님의 말에 사사건건 토를 달거나 걸고넘어졌다.
그래서 김 대리가 사장 아들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사실, 그런 가능성은 없었다.
사장과 성이 달랐다.
그러자 숨겨둔 아들이라는 말이 돌았다.
"과장님, 말 좀 해 보세요.
왜 매번 이런 일이 생기는지 말 좀 해 보시라고요."
점심시간 후, 회의실에 모이자 김 대리는 대놓고 이 과장님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뭐라 말도 못 하고 눈치만 보는 답답한 상황에 솔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왜 이게 이 과장님 탓입니까?
그 건은 김 대리님이 억지를 부리지 않았습니까?"
일순간 조옹한 시선이 솔에게로 쏠리며 김 대리가 의자에서 일어나 솔의 옆으로 왔다.
솔도 지지 않고 일어서서 맞섰다.
"야, 이게."
김 대리가 결국, 선을 넘었다.
"야, 어디서.. "
그리고 김 대리의 손이 솔의 얼굴 가까이까지 올라왔다.
그 순간 일제히 의자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고 자신도 놀랐는지 김 대리는 솔에게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 길로 솔은 뒤돌아 회의실에서 뛰어나갔다.
화장실로 들어간 솔은 쿵쾅대는 심장이 멈춰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울음도 나오지 않았다.
진정하려고 해도 진정이 되지도 않고 빨리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밖으로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잠시 후, 화장실 밖에서 구두 소리가 들렸다.
"윤솔 씨."
이 과장님이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온 솔은 어두운 표정으로 세면대에 기대어 서 있는 이 과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우리, 커피 한 잔 하자."
회사 카페테리아로 내려온 두 사람은 커피를 들고 창가 자리로 갔다.
"이제 가을이다. 그렇지?
이 과장님과 1 년 여 함께 일하며 이렇게 가까이 본 적이 있었나.
솔에게 이 과장님은 자신의 미래의 모습으로 정해놓은 사람이었다.
업무 능력도, 인간적으로도 솔이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괜찮아.
솔 씨, 업무 중에 누군가를 탓하고 자기는 빠져나가려는 사람 많아.
김 대리가 그런 사람이야."
"하지만 선을 넘어서는 안 돼요."
"그래, 그러면 안 되지.
그래도 솔 씨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
이 과장의 경력에 바른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닐 테지만 김 대리는 그러면 안 되었다.
처음 김 대리가 회사에 들어왔을 때 이 과장이 사수였기 때문이다.
궂은일을 이 과장이 도외주며 지금에 이르게 한 것이었다.
<출처/Pixabay>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