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문이 닫히기 전 앉은자리, 오늘은 서 있는 시간도 많고 걸음도 만보가 넘는 날이라 모처럼 빈자리가 반가웠다.
한 역을 지나고 환승역에 도착하자 우르르 내리고 우르르 사람들이 타며 조금 비좁은 공간으로 걸음걸이가 불편한 사람이 스치고 문 옆 기둥을 찾는 모습이 스쳤다.
고개를 돌려 시선을 위로 올리니 모자 사이로 희끗희끗 연세가 보였다.
"어르신, 여기 앉으세요."
무릎에 올려놓은 가방 두 개를 주섬주섬 챙겨 들고 어르신이 서 계시던 기둥 옆에 섰다.
자리에 앉으신 어르신은 어깨에 비스듬히 멘 가방에서 뭔가를 뒤적뒤적 찾으셨다.
'혹시 뭘 빠뜨리셨나'
덩달아 주위를 살피는데 어르신이 뭔가를 쓱 내미셨다.
작은 콜라 캔 하나.
"괜찮아요."
"아니에요. 받아요."
"감사합니다."
시선이 쏠리는 작은 실랑이 후, 콜라를 받아 들었다.
작은 친절이 오고 가는 동안, 주는 마음 받는 마음도 오고 갔다.
일을 하며 오지랖이 늘었다.
내 작은 친절이 혹시라도 아버지가 홀로 외출하셨을 때 누군가로부터 되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이제 그런 이유로 이럴 필요는 없는데 몰랐으면 모를까 알면서 지나칠 수는 없었다.
작은 친절이라도 받는 사람이 크게 받으면 건넨 사람에게 더 크게 돌아온다.
작은 콜라 하나가 큰 울림으로 돌아온 것처럼.
<대문 사진/어르신께 받은 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