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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밤 Mar 19. 2020

코즈의 재산권 이론을 고찰하며

재산권은 일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신호등과 도로 위 재산권


코즈는 우리에게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현재의 재산권 배분이 사회적으로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가?” 그리고 “재산권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사람에게 재산권이 귀속되어 있는가?”코즈의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해보다 문득 ‘신호등’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교차로에 위치한 신호등은 같은 도로에 있는 운전자 집단에게 차례로 도로를 이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배분한다. 이는 신호등이 없었다면 발생했을 운전자들의 주저하는 시간, 교통사고 발생 비용 등 거래비용을 현격하게 감소시킨다. 파란불이 켜지면 도로에 있는 운전자들은 정해진 교통 규칙 하에서 자유롭게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즉 재산권을 일시적으로 배분받는 것이 된다. 누가 먼저 도로를 지나가야 개인의 자원 사용 효율성(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경제적 효율성으로 전환된다)을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한 정보비용, 협상 비용을 줄여주는 것이 신호등인 것이다.


위 예시의 연장선에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될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에 고등학교 친구가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를 당했다. 친구는 파란불에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데 버스 운전자가 신호를 보지 못한 채 직진을 하다가 친구와 충돌한 것이다. 그녀는 3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할 정도로 큰 부상을 당했고 여전히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 친구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신호등이 분명하게 파란불이었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는 권리가 일시적으로 배분되었다. 그런데 버스 운전자는 횡단보도에 침입함으로써 그녀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였고, 이 사건은 버스 운전자의 100% 과실이라는 보험사 결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의 권리(재산권)를 침해하는 일은 이처럼 치명적이고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효율적인 교통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운전자들은 스스로 거래비용을 줄이는 행위를 창조해 내기도 한다. 교차로나 좁은 길에서 마주 오는 차를 만나면 눈빛과 손짓으로 누가 양보를 하여 후진할 것인지를 정하게 된다. 또한 급한 일이 있어서 다른 운전자의 차량 앞에 끼어들 때나 상대의 안전 운행에 실례되는 행동을 할 때 양해를 구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한다. 이는 도로 사용에 있어서 각자의 재산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운전자들 스스로 순서를 조정하는 행위이다. 간단한 제스처를 통해 협상을 이루면서 거래비용을 줄여 나가고 있다.   



거래비용과 가격메커니즘    


앞에서 언급한 신호등은 물리적인 신호등 기계를 말한 것이지만, 시장 경제 시스템에선 가격을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신호등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경제활동을 선택할 때의 거래비용을 줄여준다. 음식점에서 가장 비싼 음식은 중국산이 아니라 국내산 재료로 만들진 것이거나 매우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것이다. 이처럼 높은 가격에는 음식의 품질이 높고 우리 몸에 좋은 것이라는 정보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소비자는 가격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경제활동을 수행하면서 자신에게 높은 효용을 줄 재화와 서비스를 선택하는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 생산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생산자는 어떤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너무 낮아지면 그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중단하고 다른 경제활동을 찾아 이동한다. 또한 가격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생산량을 결정하기도 한다.


1980년대 하우스 바나나는 제주도 농가의 큰 수입원이었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가 발효되면서 값싼 수입 바나나가 국내 농산물 시장에 밀려 들어왔고 바나나의 시장가격은 폭락했다. 이에 제주도의 하우스 바나나 농가들은 서둘러 생산을 중단하고 새로운 생산 활동으로 이동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것은 마치 해가 뜨면 활동을 시작하고 해가 지면 잠에 드는 것과 같이 인간의 몸에 새겨진 오랜 자연의 섭리와도 같다.


코즈에 대해 공부하면서 정부의 가격규제는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져다주는 가격 메커니즘을 교란시켜 사회 전반적인 비효율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의 나는 정부의 개입을 통해 모든 사회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코즈의 이론에 따라 정부 규제 대상자들의 거래비용과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따져보니 규제에 대한 환상은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추석이 다가오면 정부는 농산물 가격 조절을 위해 정부가 비축해 놓은 마늘과 사과 등 각종 야채, 과일을 시중에 방출한다.


이러한 정부의 가격 교란 행위는 생산자들이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진짜 시장 가격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생산 활동을 결정할 기회를 박탈시키는 것이다. 이는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감소시켜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비효율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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