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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밤 Mar 19. 2020

영화 '패왕별희'와 재산권 이론

재산권 탄압에서 비롯된 중국 역사의 비극

*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 '패왕별희'가 극장에서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몇 개월 전에 작성했던 글을 브런치에 용기내어 올려봅니다. 자유롭게 쓴 글이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혹시 글과 관련하여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편하게 댓글 남겨주세요:)




평소 개봉한지 20년 이상 된 옛날 영화를 찾아보는 취미를 가진 나는 최근까지 오드리 햅번이 나오는 ‘로마의 휴일’, 이영애가 출연한 ‘봄날은 간다’ 등을 찾아보며 옛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오랜 감성을 즐기곤 했다. 그런데 코즈에 대해 공부할 당시 우연히 1993년 개봉한 중국 영화 ‘패왕별희(覇王別姬)’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코즈의 재산권 이론이 중국의 문화혁명과 중국 컨텐츠 산업 사이의 관련성을 설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주었다.


영화 패왕별희는 1925년부터 1976년까지 중국의 격변기를 묘사한 영화이다. 픽션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당시 중국 정부의 문화예술 산업에 대한 탄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극찬을 받았다. 따라서 이를 중국 공산화 과정의 현실로 받아들이고 분석해보려 한다.


출처 : 다음 영화 '패왕별희' 포토


1949년 국공내전에서 마오쩌둥이 승리하면서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다. 영화 속에서는 공산화 이전의 경극 예술 산업과 이후의 경극 산업이 단적으로 대비된다. 공산화 이전의 중국에서 경극은 청나라 시대부터 이어진 중국의 전통 예술로서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는 문화예술 산업이었다. 극중 두 명의 주인공은 배우로 성공하여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혹독한 경극 배우 수련을 견뎌냈다.


그들이 전문 배우가 되어 경극 공연을 할 때마다 극장은 언제나 관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경극 극단원 모두 자신의 노력의 대가로 큰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었다. 즉 이들에게는 자신의 신체와 재능을 최고로 발휘할 권리,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입을 취할 수 있는 권리인 ‘재산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공산화됨에 따라 그들의 재산권은 국가에 의해 침해당하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은 기존 경극 내용이 너무 고전적이고 봉건적이기 때문에 국가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혁명 경극’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압력을 넣었다. 경극이 중국 인민의 정신을 혼탁하게 만들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배우와 단원들은 모든 경극 내용을 중국 공산당의 혁명과정과 영웅담으로 채우고 인민들의 충성심을 높이기 위한 연극적 장치를 넣어야 했다. 그들은 자신의 재산권이 최고의 가치를 발현하도록 스스로의 경험과 지식에 비추어 이용할 권리를 침해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의 재산권 탄압은 1966년 문화혁명을 정점으로 경극 예술인에 대한 폭력, 살상으로까지 나타났다. 그들은 국가 권력을 이용하여 모든 경극 예술인들이 공고한 재산권을 바탕으로 경제활동을 할 자유, 끊임없이 실험하고 혁신하여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자유를 박탈했다. 비록 극중의 이야기이지만 국가의 폭력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주인공은 함께 경극 무대를 꾸렸던 동료들을 반동분자로 밀고하고 친일파로 몰아세우게 된다. 그 결과 주인공의 자살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문화혁명 기간 동안 철저하게 자행된 예술인들에 대한 재산권 침해는 이후 중국의 문화 예술 성장에 커다란 장애물이 되었다. 이는 2019년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에 비해 중국의 문화 예술 수준이 현저히 낮은 이유로 꼽히고 있다. 중국은 표절공화국으로 불리며 너무나 일상적으로 우리나라의 TV 프로그램들을 카피해 가곤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TV 프로그램인 ‘삼시세끼’, ‘프로듀스 101’, ‘쇼미더머니’ 역시 중국이 표절한 대표적인 예능 방송이다. 중국은 대중음악 분야에서도 자국의 거대한 음원 시장에 비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음원을 전혀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 음원 차트는 언제나 우리나라, 미국의 팝 음악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코즈는 재산권이 거래비용을 최대한 감소시킬 수 있도록 바르게 설정되어 있어야 사회경제적으로 효율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문화혁명은 문화예술인의 재산권을 국가가 제대로 보호하지 않아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즉 자유롭고 활발한 경극 예술 활동)에 대한 유인 체계를 무너뜨렸다. 중국의 예술인들은 어떤 문화 예술을 해야 국가로부터 탄압 받지 않을까를 고민하며 대규모 정보, 탐색비용을 소모해야 했다. 이처럼 국가의 개인 재산권 침해는 자유를 억압해 개인의 삶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장기적인 사회의 발전에 비극을 초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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