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는 진짜와 가짜의 대립, 랑그와 파롤의 실현, 영화 속 영화의 기호 역할 이렇게 세 관점에서 기호학적 비평의 효용을 말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진짜와 가짜의 대립이 있다. 영화 속에서 눈물로 대표되는 이 이항대립은 진짜 눈물과 가짜 눈물의 대립을 보여준다. 감독은 배우에게 진짜 연기, 진짜 눈물을 강요하지만 배우는 진짜를 위해 가짜 눈물이 필요하다고 되받아친다. 진짜 연기를 소리치는 감독, 하지만 이 감독은 사실 영상의 예술성을 다루기보다 상업성에 매달리는 감독이었다. 적당한 퀄리티에 값싸고 빠른 영상 제작을 슬로건으로 외치며 해당 좀비 영화도 이 슬로건으로 연출권을 부여 받았다. 하지만 감독은 막상 촬영에 임하자 상업성과는 별개로 배우들에게 “진실된” 연기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1부에서 보여준 감독의 분노가 연기, 즉 가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3부를 보면 그의 분노는 가짜가 아닌 진짜였음이 나타난다. 1부와 3부에 나눠져 보여지는 좀비 영화는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끊임없이 대립한다. 1부에서 가짜라고 여겼던 것들이 3부에 나와서는 진짜로 판명되기도 하고, 1부에서 진짜라고 여겨졌던 스토리가 3부에서는 영화 속 영화일 뿐이라고 변모한다. 하지만 1부와 비교했을 때 3부는 진실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3부 또한 관객에게는 영화 속 스토리일 뿐이다. 상대항에 따라 3부는 진실이기도, 가짜이기도 하다. 따라서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기호학적 개념은 이항대립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랑그와 파롤의 실현이 있다. 이 영화는 좀비 영화라는 랑그를 착실하게 재현한다. 카메라 문법 중, 핸드 헬드로 촬영하는 것은 관객에게 역동성과 긴장감, 스토리의 몰입을 선사하기 때문에 공포영화나 전쟁영화 등에 사용된다. 좀비 영화라는 장르에 핸드 헬드 쇼트가 사용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실감나는 추격씬을 착실하게 보여주었다. 피를 뒤집어쓰고 팔, 다리, 머리가 절단되는 다소 잔인한 모먼트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제공했다. 액자식 구성 또한 관객이 1부에서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착실하게 재현되었다. 그러나 좀비 영화라는 랑그를 따르면서도 3부에서는 그저 랑그를 있는 그대로 따르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는 이 영화만의 독특한 파롤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부 좀비 영화에서 카메라가 갑자기 쓰러졌다가 다시 배우들을 쫓아가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 아닌 우연히 일어난 장면, 어쩌면 실수일지도 모르는 장면이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정신을 잃고 배우들을 위협하는 좀비가 사실은 술에 취한 배우를 감독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이 영화는 좀비 영화라는 랑그를 준수하면서도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한 독특한 파롤의 형식을 따라 독창적인 연출을 한 영화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호”라는 관점에서 영화 속 영화, 즉 좀비 영화 자체가 하나의 기호로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호 작용은 기표와 기의의 결합으로 의미가 생성되는 과정을 말한다. 기호는 사회적으로 생성되기도, 대립 관계에서 형성되기도, 기표를 통한 기의의 획득의 욕망으로 형성되기도 한다. 따라서 해석 주체에 따라 기호의 의미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표와 기의가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논의할 수 있다. 좀비 영화를 둘러싸고 세 부류의 집단이 형성된다. 영상을 직접 만드는 제작진들, 영상을 송출하는 방송국 관계자들, 그리고 이들을 모두 지켜보는 관객으로 구분되는데 각 집단마다 이 좀비 영화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우선 제작진은 제한 시간 내에 원컷으로 생방송 송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작성된 시나리오에 따라 매끄럽게 영상을 촬영해야 한다. 그래서 중간마다 발생하는 사고들에 대해 실색을 표하기도, 예상치 못한 전개에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방송국 관계자들은 편히 화면 앞에 앉아 그저 즐겁게, 때로는 지루하게 영상을 감상하고 성공적인 마무리에 만족하며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본 관객은 자신이 보았던 좀비 영화가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영상이라는 점에 감동을 받기도, 유희를 느끼기도 한다. 이렇듯 하나의 영화가 기호로써 작용하여 다양한 기의를 생산해내는 방식을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도 다양한 관점의 비평이 생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