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말할 것 같으면......방구석 작가?
고등학교 1학년때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우리 **이는 미술을 한번 해보는 게 어때?
어휴 아버지 너무 늦었어요. 다른 애들은 중학교 때부터 시작하는걸요. 물론 주변의 몇몇 사람들만 보고 전부인 줄 안 잘못된 정보였다.
그러던 내가 돌고 돌아 마흔이 넘어 수채화가의 화실에 그림을 배우러 다녔다. 물론 그전에도 몇 번의 소소한 기회가 있었지만 나의 뜻과 상관없이 무산되었다.
직장을 다니며 저녁시간에 가서 배우던 그림은 남들에게는 우아한 취미로 보였겠지만 하루의 길지 않은 여가시간을 가사로 대부분 보내고 그 잠깐 남는 자투리 시간을 쓰는 것이었기에 나름대로 비장했다. 취미? 그러려면 차나 마시고 놀러 다니지 이 힘든 그림을 내가 왜? 난 작가가 되고 싶은 거라구 마음속으로 늘 되뇌었다.
그러나 그림에 대한 뚜렷한 학벌도 없고 재능은 소박한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비범할까 평범할까? 생각해 보면 나는 평범에 가까운 사람이다. 약간의 비범은 미미하다. 그런 내가 방구석 작가가 아닌 누군가가 알아주는 작가가 될 수 있을지는 나도 궁금하다.
지금은 혼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일상에서 어떤 장면을 포착해 그리기도 하고 그 그림에 대한 단상들을 글로 적는 걸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 주객이 전도되어 떠오르는 단상들에 어울리는 그림들을 그리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엔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어도 생각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서 그냥 그런 틀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그냥 그리기도 한다.
나중에 그림과 글을 모아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은 수도 없이 많으나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은 드물지 않은가? 하루의 피곤한 일과를 보내고 한 페이지 들여다보며 위안받을 수 있는 그런.
<딸들에게>
내가 너의 나이였을 땐
내 마음 따위엔 관심이 없었지
그저 밖으로 보이는 것들을 쫓아다니며
울고 웃고 떠들었지
들여다봐주지 않았던 마음은
그래도 조용히
소망을 들어 올렸지
언제부터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날들 이후로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지
지금은 자주 마음을 들여다봐
작은 행동들까지도
내가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