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억울한데 말이지

나를 위하여

by 윤전
22ㅊ 나를 위하여.jpg

<나를 위하여>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을

꾸역꾸역 그리 살았다

좀 힘겹고

외로웠는데

사람에게는 나름대로의 틀이 있어

그 틀이 엉성해 편하게 사는 사람도 있지만

지나치게 촘촘해

스스로를 옥죄는 사람도 있다



때때로 나를 힘들게 한 건

나였다

나의 생각

성실하고 선한



지금은 좀 게을러지려고 한다

지나치게 배려하지 않으려고

시간을 나를 위해 쓰려고


누가 시켜서 그리 사는 것이 아니다. 다 자기 성질대로 사는 것이다. 그중 나는 안타깝게도 온순한 모범생 소심쟁이 스타일이라서 어렸을 때 생활기록부를 보면 선생님들이 귀찮아서 대충 적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근면 성실 이런 말들이 참 많았던 것 같다. 뭐 사람이 살아가면서는 자신의 일을 근면하고 성실하게 하는 게 성취에 있어 그리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매사에 쓸데없이 근면 성실한 순간이 많아 돌이켜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긴 하다.


놓치지 않아야 할 부분은 코피 터져도 놓치지 않아야 하지만 오히려 그런 욕심과 열정은 부족하고, 일상에 있어 쓸데없이 콩쥐처럼 나무 호미로 돌밭도 매고 밑 빠진 독에 물도 붓고 하며 산 것 같다. 내게 나무 호미를 주며 돌밭을 매라고 했을 땐 호미 따위는 던져버리고 잔치에 놀러 갔어야 했는데, 나무꾼과 선녀의 선녀처럼 날개옷을 잃어버리고 두 아이를 키우느라 그러지는 못했다.


누가 나에게 행복을 선물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게 강요한 것도 없었다. 성실하다고 칭찬할 사람도 없었고 게으르다고 비난할 사람도 없었다. 그냥 나 혼자 내 성질대로 근면 성실하게 산 건데 돌이켜보면 좀 더 게으르게 살지 못한 게 좀 억울하긴 하다. 게을러도 별 상관없는 분야에 좀 더 게으르게 살면서 비축된 에너지로 더 많이 웃고 즐겁게 살걸 하는 아쉬움.


그러나 다행히 더 부지런한 사람 눈에는 나도 지독히 게으른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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