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향기
<옛날 향기>
젊음에서 멀지 않은 줄 알고
정신없이 살았는데
어느새
너무 멀리와 있었다
그렇게 나는 오래된 사람이라서
오래된 것들에 끌린다
낡은 것들을 뭉개버리고
골목길을 없애버리고
높은 것 넓은 것들을 만들어
우리 마음도 그리 반질반질해질까 두렵다
언젠가 늦은 시간 서둘러 골목길을 걸어오다
누군가 들고 나온 라디오에서 들리는 오래된 팝송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아련한
옛날 향기가 났기 때문이다.
~ 마음은 늙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역할이 바뀌어서 엄마답게 말하고 행동하고 할머니답게 말하고 행동할 수는 있지만, 또 많은 경험들이 쌓여 좀 더 현명해지거나 또는 고집스러워질 수는 있지만, 몸은 얄짤없이 팍팍 늙어가지만, 마음을 가만 살펴보면 늙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정신없이 삶에 집중하며 살면서 자기가 늙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한순간 그걸 느끼게 된다. 아! 나 정말 나이 많이 먹었구나. 이제는 우기지도 빼도 박도 못할 만큼 젊음에서 뚝 떨어져 나왔구나.
어렸을 때 봤던 그 나이 많았던 사람들처럼 나도 이제 그 자리에 있구나. 신기하다.
아직도 여긴 그대로야? 세월이 얼마나 변했는데 개발도 안 됐나? 좀 구질해 보이는데? 하던 것들이 이젠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어렸을 때 봐왔던 풍경들이, 그 쫌 어설퍼 보이고 규격화되지 않고 낡아 보이는 것들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아직도 볼 수 있다는 게 귀하다.
6살 때, 나의 지구상의 공간의 거의 전부였던 길, 집에서 차도까지 또 거기서 반대편 도랑까지 딱 고까지만 수없이 왔다 갔다 했던 그 길이 아직도 남아 있다. 도랑은 복개천이 되었지만. 그리고 어쩌다가 나는 그 동네 근처로 흘러들어 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밤, 늦은 시간, 집으로 약간 질러가기 위해 조금 망설이다가 그 길에 접어들었다. 좁은 골목은 아니지만 밤시간이라 인적이 거의 없어 살짝 겁먹었는데 누군가가 가게 같은 곳에서 나오며 라디오를 크게 틀었다.
오래된 팝송. 노래가 가끔 우리를 과거로 보내주는 것을 알고 있는가?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이제는 어둠이 내려앉은 길을 가득 채우는 편안하고 느긋한 음악 때문에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한 기분이 들었다. 아련했다.
그림은 내가 살던 곳은 아니고 감천문화마을이다. 삶의 애환이 묻어있는 모든 것들이 귀하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