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초상
<우리들의 초상>
처음 만났을 때
그의 놀란 듯한 눈과
닳아버린 주둥이는
우스꽝스러웠지만
본의 아니게
소모되어
너덜너덜해진 나의 모습과
너무 닮아있다는 생각에
안쓰러웠다
수고했어
그래도 너의 노고에
세상에 아름다운 소리
울렸잖아
그림을 그리기 위해 화실에 다닐 때 나는 자신에 대한 연민에 빠져 있었다. 좀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도 됐을 텐데 차도 한잔씩 하고 사람들과 좀 놀기도 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 화가 났다. 굳이 놀려면 친구들 만나면 되지 이 피곤한 시간에 내가 왜 화실에 왔겠는가? 겨우 시간을 내서 왔는데 여기서 놀며 아까운 시간을 낭비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너무나 늦은 출발이었지만 한참 챙겨야 할 것이 많은 아직은 편하지 않은 어중간한 나이였다. 화실에는 집에 가면 별 할 일이 없는 나보다는 나이 한참 많으신 분들이 많았다.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은 나보다는 업무 강도가 약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일하랴 그림 그리랴 바쁜, 그러다 보니 내 생활의 다른 부분에 소홀해서 나도 몰랐던 구멍을 발견하기도 하는 내가 참 불쌍했다.
남들 눈에 그럴싸해 보이는 일은 자아성취나 사명감 따위와는 상관없이 생계를 위해서 한 거다. 그래서 작업만 해도 되는 작가들을 부러워하고 질투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대부분의 작가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유지하기 위해 생계를 위한 다른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들도 나름대로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던 거다. 알 수 없는 미래와 현실적인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꿈을 좇든 아니든 우리 대부분은 생계를 위해 일하며 산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꿈 따윈 잊은 지 오래다. 그래도 우리에겐 소중한 무언가가 있고 자기 자신과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일한다는 것은 고귀하고 가치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