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이처럼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로 활짝 웃으며 자기가 요즘 외모에, 없던 자신감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제 직장을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연륜이 쌓였는데 직장에 가면 젊은 후배들이 예뻐요 보기 좋아요 이런 말을 많이 해줘서 그렇다는 것이다. 예쁜 옷으로 화려하게 꾸미기 좋아하는 친구에게 그냥 동의를 해줄 걸, "앞에서 하는 말을 너무 액면 그대로 다 믿으면 안돼"라고 말했다가 눈총 맞아 죽을 뻔했다.
이건 그 순간의 즉흥적인 생각이 아니고 직장 생활을 하며 실제로 느꼈던 부분이었다. 누구나 다 싫어하는 직장 상사가 있었는데 그 앞에서 그 누구도 그런 표를 내지 않았고 심지어는 앞에서 그를 칭찬을 하는 모습을 보며 놀란 적이 있었다. 그는 죽었다 깨어나도 우리가 그를 얼마나 싫어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몇십 년 만에 만나서 누가 봐도 확 늙었는데 하나도 안 변하셨어요 라는 말은 다 인사치레다. 너 빼고 다 알아라고 할 수도 있다. A라고 하면 A인가 보다 하고 그대로 믿어버리는 나는 그래서 앞에서 하는 말을 다 믿으면 안 되겠구나 하고 굳은 다짐을 했다.
아주 모범적인 삶만을 살아온 그녀들은 조직의 문화에 쉽게 순응하고 저항하기 힘들어하고 권위에 복종해 버린다. 물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만 나는 속에 없는 소리는 하지 못한다.
머릿속 생각들이 필터 없이 막 튀어나오는 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 없겠지만 나는 다정한 그녀들이 할 말은 하고 살았으면 한다.
<말뚝이처럼>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예의 바른 모범생으로
아닌 게 아닌 줄 모르고
아닌 걸 아니라고 하지도 못하고
남의 마음 상하게 할까 봐
자기 마음 상하는 그대
누구에게도
순종하고 복종하지 말길
할 말은 하고 살길
그도 힘들면
속에 없는 말은 하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