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by 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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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우리 올빼미들에게는

nine to five의 생활이 맞지 않아서

아침마다 커피로 잠을 깨워야 해

그러다 사랑하게 되어

낮에도 한잔 마셔주고

그 커피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쳇바퀴를

무수히 돌려야 했지


한때

사랑해선 안될 너를

사랑한 죄로

수없이 많은 밤들을

잠 못 들어야 했네


시작은 자판기였다. 라~~~~ 떼는 어디에든 커피 자판기가 있었다. 지금도 많지만 그때는 아메리카노 같은 원두커피보다는 자판기커피가 대세였다. 대학 시절엔 교내에 자판기가 손 닿는 곳마다 있었고 저렴하기까지 했다. 출근하며 지하철역에서도, 여행을 가며 휴게소에서도 자판기커피를 뽑아 마시곤 했다.


그다음은 믹스커피였다. 힘겹게 출근하여 덜 깬 잠을 깨우기 위해 또는 하루의 중간을 보내고 위장이 소화로 바빠져서 급피로 해질 때 즈음 마셔야 했던 달달한 커피는 단순한 커피가 아니라 지난했던 노동에 대한 기억이었다.


결코 변할 것 같지 않던 나의 사랑도 결국은 변했다. 믹스의 달달함을 라테의 고소함으로 지워버렸다. 원두의 맑음이 내 사랑의 끈적함보다 좋아졌다. 그렇게 나는 또 변했다.


커피를 아무리 마셔도 거뜬한 사람이 있는데 나는 카페인에 민감한 편이었다. 다만 체질적으로 야행성이라서 잠들기 힘들고 또 깨기도 힘든, 규칙적인 사회생활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카페인의 영향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컸구나 하는 걸 퇴직하고 나서야 알았다. 아침의 커피는 필수였지만 오후의 커피가 나를 깊이 잠들지 못하게 했었구나 하는.


사랑해선 안될 너를 사랑한다면 우리는 잠 못 드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게 커피든 그 누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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