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드러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상처와 기쁨, 무력감과 행복, 모든 감정을 말하고 글로 쓰고, 몸짓 발짓으로 내보여야 나는 사는 거야. 철있는 어른이 되려 참다 보면 마음은 곪아 있고, 썩은 상처를 내보여 봐야 이를 환영하는 곳은 없다. 한 세 번 정도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나는 같은 길을 갈 것 같아서, 미안하게도 후회할 수가 없어. 사실 내 성토하는 목소리는 더 잘해달라는 절규에 가까웠지만, 그런 방법은 없다는 거. 너도 나도, 모두가 아는 이야기이기에 원망할 대상을 찾고 비수를 꽂아대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네가 얼마나 버거워할지라도 나는 결국엔 끝까지 해야 하는 거지. 이런 나도 정말 이기적인 사람인 거야.
가끔 TV를 보다 보면 공항이나 터미널을 떠도는 노숙자의 사연이 소개된다. 내가 그들 같다는 생각을 했어. 타야 하는데, 가야 하는데 머뭇거리는 내 발걸음. 그런 의미에서 다시 보지 않은 것도 다행인 일이다. 나는 밤새 울기만 하다 또 떠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을 테니까. 왜 네 주윌 그렇게도 맴돌았을까 고민해 보니 그간 네게서 내가 얻어 간 감정은 위로였나 봐. 마음 둘 곳 하나 없을 때 당신이 있어서 참 좋았다.
또 하나 솔직한 고백을 하자면, 사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내가 서울행을 택한 건 네 지분이 99%였다. 다른 부수적인 건 계획된 알리바이에 불과했는데... 부담일까 그리 말하지 못했을 뿐. 그러니 너무 섭섭해하지는 마셔요. 사랑도 애정도 미움도 자기혐오도 이제 모든 걸 뒤로하고 앞을 향해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