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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오른 산 100산심론 상
아! 공룡 2
百山心論 5강 10장 50산+ 설악산 공룡능선 2
by
여의강
Aug 16. 2022
아래로
큰새봉 가는 길
북설악 향해
한껏 날개 펼친
커다란 새
한 마리
독수리인지
앨버트로스인지
봉황인지
신비로 남는 것 더 좋아
사람들도
'큰 새'라고만 어림잡았겠지요.
짙은 운무 뚫고
하늘로 하늘로
비상하는 형상
그냥 바라만 봐도
가슴
웅장해집니다.
큰새봉
가까이 갈수록
안갯속
존재감 드러내는
온갖 형상 기암괴석
조물주는 빚어내고
온갖 풍파
억겁의 시간 가다듬으니
인간은 하릴없이
감탄만 토할 뿐
킹콩 모습이며
사자얼굴 바위
거대한 암괴
오묘한 석탑
미지의 행성
온 듯
신비감 더합니다.
기암괴봉
돌아본 1275봉
운해 넘나들고
까마득히 올라
가까이 다가간
큰새봉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푸덕입니다.
1275, 큰새봉
나한봉 가는 길
큰 코와
굳게 다문 입
이스터 석상 닮은
큰 바위 얼굴 지나
아스라이 솟은
공룡능선 마지막 솟구침
가장 높은 봉우리 향해
혼신의 힘 자아냅니다.
나한봉 가는 길
오르고
또 오르고
다시 한참을
깊게 내리고
다시 한참을
힘겹게 오릅니다.
영원한 오르내림의 형벌
시지프스까지 소환되며
내리는 길
오르는 길
절로 터지는 악소리
지금까지 된비알은
전혀 '되지 않은'
그냥 비알이었습니다
어찌 이 길을
사람이 오를 수 있을까
사람이 내릴 수 있을까
꾸미지 않은
꾸밀 수도 없는
원시 자연
날 것
그대로의 길
설악
깊은
곳
일곱 봉우리 공룡 위에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
오르고 오르고
나한봉 올라
걸어온 길
돌아봅니다.
멋져서 한숨짓고
힘들어 한숨짓고
잠시도
평온할 틈 없었지만
일부러 큰 쉼 쉬며
허벅지 힘주고
호흡에 리듬 실었지요.
'힘들러 온 것이 아니라
즐기러 온 것이다
체력단련도 극기훈련도 아니다
즐기자 감상하자 마음에 담자
그저 흘러가자'
호흡이 안정되면
몸과 맘도
차분해져
사물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대로 된 수중 경치 즐기기 위해
스쿠바다이빙 때도 잠수 후 첫 3분간은
무조건 정지하여 호흡 가다듬었지요.
나한봉 인근
마등령 가는 길
나한봉 넘나드는 바람
젖은 몸 식히며
공룡의 종착역
향해
나아갑니다.
지금까지에 비하면
작고 착한 오르내리막
너덜길 오솔길 지나
백담사 오세암에서 넘어오는
협소하지만
아늑하고 한적한
마등령 안부(鞍部) 만납니다.
마등령 가는 길
비선대 가는 길
비와 땀에 젖은 친구들과
술과 빵으로 허기 달래고
마등령에서 마등봉 올라서니
구름에 떠가는 세존봉
구름에 잠긴 동해 아득합니다.
지나온 공룡 바라보며
'이제 힘든 건 끝났구나
'
생각
했는데,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공룡
잔등이나
말 잔등이나
살아 꿈틀대며
거칠기는 매한가지
아찔한 내리막
심한 너덜길
이어지고
굵은 비까지
본격적으로 쏟아집니다.
쏴아아아
쏴아아아아아~
구름 속 세존봉
돌아본 공룡능선
비구름 속 멀어지는데
보슬비에선
젖을까 신경 쓰지만
이미 땀과 비에
흠뻑 담근 몸인지라
오히려 우비
벗고
비에 온몸 맡깁니다
비에 젖어
토해내는
숲의 향기
비릿하고 신선한
날 내음
폐와 몸
재부팅 리프레시되며
전신이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비구름 공룡능선
쏟아지는 비
급경사 너덜길
반질반질 돌길
철벅철벅 물길
다시 호흡 가다듬으며
허벅지 힘주고
발에 리듬 싣습니다
.
후흐흐흡
퓨후우우우
저벅저벅
사자바위
가도 가도 끝이 없다는 건
이럴 때 이런 길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
비선대 1.6킬로 이정표
보고
'이제 다 왔구나'
했는데 웬걸,
수직하강
진정한 원시의 돌길
본격 시작됩니다
.
깎아지른 절벽
거대한 돌덩어리
제멋대로
쏟아부어
울퉁불퉁 뾰족삐쭉
암괴 흘러내리는
길
아닌 길
무릎 발목 타는 냄새
스페어 도가니 몇 개 필요한
미친 암릉길
내리고 내리고
또 내려가는데
거대한 바위 절벽
타고
계곡 이룬 빗물
금방이라도 돌덩이 몇 개
머리 위로 우르르르
쏟아져 내릴 것 같습니다
.
비선대 가는 길
비선대 앞둔 금강굴
젊은 날 무전여행
추억의
성지이지만
오를 힘없어 패스하고
드디어 비선대
천불동 계곡의 물 넘쳐나고
비에 젖어
감동에 젖어
옥빛으로 반짝입니다.
와선대지나
신흥사 가는
무장애 비단길
산길 적시는 빗줄기
우렁찬 계곡 물소리
피톤치드 울창한 숲
너무나 편하고 정겨워
발걸음 절로 리듬 탑니다
.
머리부터 발끝까지
넘쳐흐르는 비와 땀
끝냈다는 뿌듯함
해냈다는 자신감
함께 했다는 희열
몸이 경험하고
마음에 담은
설악과 공룡의 비경
모두
하나 되어
깊이 젖어들었습니다.
천불동 계곡
산객들이
왜 '공룡, 공룡'하는지 알 듯했고
어언 '공룡 앓이' 하는 1인이 되어
터미널 앞에서
늦은 점심에
소주 한잔
무사고 7명 완등 축하하며
비 내리는 긴 밤
건배 이어졌습니다.
'아! 공룡~'
운해에 떠가는 공룡능선
*2022년 7월 13일 새벽안개와 짙은 구름
끝나며 마등령부터 종일 굵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중청대피소~소청~희운각대피소~무너미고개~신선대~1275봉~큰새봉~나한봉~마등령~금강굴~비선대~신흥사~설악동탐방쎈터 총
13
km
9시간의 꿈같은 소풍이었습니다.
함께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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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명산
공룡능선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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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시간 반(半), 살아갈 시간도 반, 오늘은 항상 나머지 반이 시작되는 날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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