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비 온 뒤의 영롱함

百山心論 6강 4장 56산 무등산

by 여의강


산다는 것,


일탈보다는

루틴


속도보다는

방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



하체 튼튼


무등산(1187m)을 다녀왔습니다.


머언 남도의 빛고을


주룩주룩 비 내리고

졸졸졸졸 물 덮인 산


한발 한발

철벅 철벅

크고 깊은 숲 걸어


네모네모 입석대와

구름 가득 승천암 지나

진한 곰탕 서석대에 섰습니다.



무등산 정상


고교 산악 총동문회 등반 행사

38회 선배부터 83회 후배까지 45년 터울

모두 하나 되어 버스 3대로 출발했습니다.


도로 정체와 기상악화로

안전과 화목이 최우선 산행인지라

지휘부에서 전체 종주는 무리라 판단했습니다.


'꼭 정상 가야 하실 분 있으세요?'


대장의 물음에 엉거주춤 손 들었고

10여 명이 의사를 밝혔습니다.


온 김에 인증하면 좋지만


그렇다고 '꼭' 가야 하는 건 아니지,

가다 못 가면 민폐 끼치지 말고 돌아오자

무등산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


그런 마음으로 도전했습니다.



입석대


무등산은 광주전남의 진산(鎭山)이자

호남정맥의 중심 산줄기로 21번째 국립공원이며,

비할 데 없이 높고 큰 산’

또는 ‘등급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고귀한 산’

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최고봉 천왕봉(군부대 주둔으로 통제) 중심으로

서석대·입석대·광석대 등 수직 절리상의 암석이

석책을 두른 듯 치솟아 장관을 이루고

멸종위기 수달·하늘다람쥐·으름난초 등이

서식하는 생태계를 자랑합니다(무등산국립공원).



수박과 차가 유명하고

수많은 호남의 인물을 배출한 무등산,


이곳에 서면

'등급 없이 모두가 평등하다'는

풀이가 더욱 마음에 와닿습니다.


회사 시절 즐겨하던 건배사가 떠올랐습니다.

'뜻은 높게, 우정은 깊게, 잔은 평등하게~'



지리산 반야봉서 바라본 무등산


정상조는 늦어도 5시까지는 하산해야 했기에

바삐 배낭 우의 씌우며 장비 점검하고

계곡물 넘쳐흐르는 비 오는 길


증심사와 당산나무 지나

서둘러 나아갑니다.



들머리와 당산나무


계단 테크 깨진바위 야자매트

잘 정비된 국립공원 길이지만


초반부터 속도 내다보니

전날 못 이룬 잠과

며칠 마신 소주가 발을 붙잡았고


페이스 조절에 실패

본격적으로 비에 젖기 시작하며

완만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길에서

몸이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잘 정비된 등산로


끝없을 듯 깊은 숲길

마지막 계단 오르자

비에 젖은 잿빛 하늘 토해냅니다.


운무 가득한 '중머리재'

잠시 숨 돌리고

행동식으로 원기보충


새로운 세상 향해 열린 듯

빛으로 둘러싸인 둥그런 숲 입구 지나


물안개 피어나는

가파르고 기인 돌길 오릅니다.



중머리재


이어지는 바위 너덜길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비

계곡에도 등산로에도 물이 넘쳐흐르고


여기저기 흘러내리는

작고 큰 물길 합쳐져

빛고을 적시며 영산강으로 합류하는

'광주천' 발원지 이룹니다.


빛 터널 하나 더 지나니

다시 열리는 새로운 세계


넓은 평탄면 '장불재'

짙은 안갯속 펼쳐집니다.


광주천 발원지, 장불재 가는 길


정상까지 9백 m


주상절리,

정상 오르는 각진 바위 사이로

흰 장막 피어오르고


내리는 빗물은 골골이 계곡 되어 흐르는데

음기 가득 적막한 숲은

전설의 고향 한 장면


'입석대' 칼로 자른듯한 바위의 향연

운무에 젖어 신비감 더하는데


비바람 몰아치며

흔들리는 짙은 곰탕 사이

바닥에 누운 풀잎


각 잡힌 바위 너머

멀리 보이는 광활한 정상부


나리꽃 갈대 휘날리며

몽환적 분위기 만들어냅니다.



입석대 인근


들머리부터

꾸준히 1000m 고도를 올려야 하는

상당한 지구력 필요로 하는 코스,


초반 오버페이스로

비와 땀에 젖은 몸과 다리 천근만근

돌아서고픈 맘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

지금 해야 하는 건


거친 호흡 이기며

한발 내딛는 것

멈추지 않는 것


'꼭'

가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으니

다시 오긴 쉽지 않으니


'꼭'

가야 하는 1인이 되어

지친 다리 내딛습니다.



승천암


비탈진 너른 바위 '승천암' 지나

짙은 곰탕 정상 '서석대'


휘몰아치는 비바람

한 치 앞도 가누기 힘듭니다.


지리산 반야봉서 신비로이 바라보았던

최고봉 천왕봉도

시계 제로에 파묻혀 있습니다.



정상 풍경


내리는 길

하산 시간 맞추려 원점 회귀합니다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


익어가는 갈대

곧게 구불게 뿌리내린 고목

알의 안전한 착지를 위해 도토리거위벌레들이

갉아 떨어뜨린 나뭇가지들

보라색 맥문동


하산길 벗 되어줍니다.


다행히 빗길임에도

그리 미끄럽진 않았기에


호흡 가다듬으며

허벅지 힘주며

체력 회복합니다.



하산길 벗


날머리 근처


언제 비왔냐는 듯

찬란한 태양 숲 밝히고



푸른 하늘

붉은 배롱나무

영롱합니다.



기다려준 친구들과

소폭 한잔에

즐거운 추억 담았습니다.



비 갠 무등산


*2022년 8월 20일 비 내리는 빛고을의 산, 고교동기 선후배들과 함께한 소풍이었습니다.

*증심사~중머리재~장불재~입석대~서석대~정상~원점회귀 총 10.2km 4시간 50분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