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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오른 산 100산심론 상
함백산, 어둠의 끝 혹은 빛의 시작
백산심론(百山心論) 1강 2장 2산 함백산
by
여의강
Mar 3. 2023
온통 어둠입니다
어디쯤일까요?
암흑의 짙음만으론 알 수 없습니다
한밤이 막 시작되려는 건지
한참을 기다려야 할 미명(未明)인지
한껏 밝아올 여명(黎明)의 전초인지
어쨌거나 돌아갈 순 없으니
길어야 하룻밤이고
그래야 한 삶이니
하던 일 하며
가던 길 가야겠지요
부질없음 이미 알더라도
빛의 시작 기다리며
하루를 걸어갑니다
함백산 정상 인근
함백산(1573m)을
다녀왔습니다.
태백산맥 줄기인 중앙산맥에 속하고
6번째로
높은 강원도 진산(鎭山)이며
비록 다섯 손가락 밖이지만 대단한 높이이지요.
대박산,
묘범산으로도
불렸는데
'함백(咸白)'이란 '크게 밝다'는 뜻이라네요.
동문산악회 새 배낭으로 짐 꾸리고
0710 신사역에서 산악회 버스 탔습니다.
제천, 영월과
허상을 쫒는 갬블러들의 허황된 길과
고한읍 거쳐 414번 지방도
구비구비
올랐습니다.
정선과
영월,
태백을 잇는 만항재(1330m)에 닿았습니다.
야생화가 지천인 '산
상의
화원'이 아름답고
넘기 어렵기로는 보릿고개 다음이지만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라 합니다.
사진출처:네이버
겨울등산 채비로 분주한 산객들
친구가 선물해준 아이젠 차고
스틱과 장비 점검 후 천천히 출발
흰 눈 사이로 녹푸른 고개 내민 조릿대
태산준령임에도 시작점이 워낙 높은지라
동산 같은 창옥봉(1380m) 넘어
기원단(祈願壇) 도착
임금의 바람은 태백산에서 올리고
백성들의 바람은 이곳에서 올렸다는데,
임금과 백성의 기원에
높낮이가 있고 귀천이 있어서는 아니겠지요.
태백선수촌 향하는 길 만나면서
본격적인 등산로의 시작
정상에 KBS중계소가 있어
임도 통해
차로도 갈 수 있는데
선수들 체력 단련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함백산 입구
입구 조금 지나 가파른 돌길 열립니다.
앞서가는 젊은이들,
쉬어가는 산객들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페이스 맞춰 올라갑니다.
높고 길다 두려워말고
낮고 짧다 방심 말고
늦다고 서둘지 말고
빠르다 자만 말고
그저 나의 호흡과
나의 보폭 따라
쉬지 않고 한 걸음씩만 꾸준히
그리 오르다 보니 갑자기 하늘 트이고
백두대간 운탄고도 장엄하게 펼쳐집니다.
정상엔 칼바람이 몰아쳤고
산객들로 어수선했습니다.
정상석 너머 헬기장 아래 풍력터빈과
끝없이 펼쳐진 설산들 바라보며
샌드위치로 요기합니다.
상고대는 없지만
제법 눈 쌓인
능선길
두문동재와 은대봉 향하는 길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고고한 주목들
근사하고 멋들어진 풍경 연출하고
맑다 흐리다
신비로운 운무와 눈바람 뿌리는 마루금
오르내리막 이어집니다.
정상 풍경
중함백 넘어 적조암 코스로 하산
주목과 시닥나무 산벚나무 박달나무 즐비한
눈 덮인 작은 오솔길과 가파른 돌길
이어지는 아찔한 얼음길
친구와 둘이 한 즐거운 겨울산행
원행 등정 기념을 화이트 와인으로 건배했습니다.
하산길
함백에 서서
연면히 펼쳐진
백두대간을
바라봅니다
이 순간이
소중히 간직한
자랑스러운 기억들의
또 다른
서막이기를 기원합니다.
정상에서
*2022년 1월 22일
흐리다 맑다를 반복하는 날 친구와 둘이 걸었습니다.
*만항재~태백선수촌~함백산정상~중함백~적조암삼거리 총 6.8km 4시간 반 쉬엄쉬엄 걸었습니다.
높은 고도로 정상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고,
중함백까지의 능선길이 오르내리막으로 이어집니다.
*BAC 상 첫 산 인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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