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백산심론(百山心論) 1강 3장 3산 도봉산
by
Mar 3. 2023
마음은
벌써 다녀왔습니다만
생각은
가려했고
행동은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마음은
가슴이 하고
생각은
머리가 하고
행동은
몸이 하는데
마음이
생각의 길 열어주고
생각은
몸의 길 이끌어야 하겠지요
그러면 될 듯도 한데
그래도 안 되는 게
세상사라지요
기냥
할 수 있는 것 먼저,
가까운 것 먼저
하나씩
하나씩만
신선대에서도봉산(739.5m)을 다녀왔습니다.
월화수 마음 졸이던 일 잘 해결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짐 꾸렸습니다.
전철 타고 한참을 달려
이른 아침 회룡역 하차
날은 차지 않고 온화했으며,
사패 능선과 포대능선 따라 오를 요량이었지요.
산꾼들 사이에 불수사도북(불암 수락 사패 도봉 북한산)이란 말이 있지요.
5산을 무박 종주하는 철인들도 있고요.
산과 산 사이 버스나 택시 타면 안 된다는 룰이 재미있는데,
그 중간이 터널공사와 환경훼손의 대립으로 유명해진 사패산이지요.
회룡사 비구니 스님
무심한 독경 울려퍼지는 산사,
목소리로 그 마음 헤아려봅니다.
돌아온 이성계를 무학대사가 회룡이라 부르며 반겼다는 유래가 있는데
'햇빛에선 역사가, 달빛에선 전설'이 만들어진다지요
'산새도 날아와 우짓지 않고
구름도 떠가곤 오지 않는다,...'
소망과 그리움 노래한 박두진 선생의 '도봉' 떠올립니다.
쪽동백나무 때죽나무 산초나무 싸리나무와
곧 만개할 철쭉 개나리 진달래
둘레길처럼 아기자기한 길 지나 경사 커지고
계곡 따라 한참 걷다 보면 사패능선 만납니다.
여기서 물 한 모금하고 좌측으로 길 틀면
구비구비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길
회룡사에서 사패산 오르는 길산불초소에서 포대능선 만납니다.
뒤로는 사패산 삿갓 바위며 호빵 바위며 지나온 길
앞으로는 도봉산 북한산 능선 그림처럼 펼쳐지고
옆으로 불암산 수락산 손에 잡힐 듯
젊은 산답게 군데군데 울퉁불퉁 기암괴석 자태 뽐내고
능선의 고목들 멋진 풍경 더합니다.
사패산에서 도봉산으로능선 끝 안부
봉우리 여럿 그림처럼 떠있고
최고봉인 자운봉과
비선대, 만장봉, 선인봉
위용 자랑합니다.
그 멋진 풍경만으로
도봉이 준 힐링은 넘쳤습니다.
신선대 만장데 선인봉산객이 오를 수 있는 봉우리는 신선대인데,
그곳에 닿기 위한 난관이 악명 높은 'Y계곡'이지요.
우회로도 있지만 처음이니 직진 결심
전열 재정비합니다.
친구가 재배하여 보내준 귤 몇 알로 힘 돋우고
스틱 접고 배낭 단단히 조인 후
깊은 계곡으로 몸 던졌습니다.
신비하고 비밀스러운 속살
오르는 길은 곧바로 수직 상승
길이 끝나는 곳에선
푸른 하늘에 빠질 것 같았습니다.
철제 보조물이 있어
완전 맨땅인 관악 육봉만큼은 아니지만
스릴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Y계곡 잘 재단된 바위
묘하게 쌓아 올린 듯
신비한 모습의 자운봉,
그 옆으로 가파른 암릉의
신선대 올랐습니다.
자운봉, 신선대정상은 매우 좁아
몇 사람 서있기도 힘들었는데,
주말에는 인증객들로 장사진 이룬답니다.
예서 바라보는 정경 또한 기가 막혔습니다.
강원도 깊은 산,
준령들 속에 있는 듯
도봉산 줄기 사방으로 달려가고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 신선대와
에덴동산, 주봉, 오봉, 우이암
멀리 북한산 고봉들 열병하고 있습니다.
도심에서 우러러보았던
서울 북동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기암 준봉들
매우 가까이서 바라보는 소회가 남달랐습니다.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멋진 산입니다.
도봉산을 둘러싼 기암준봉이런 곳을 전철 타고 와 오를 수 있다니.
항상 가까운 것의 소중함 놓치고
멀리서 멀리서만 찾는 것 아닐까?
바로 옆의 소중한 사람들
하나하나 가슴에 담아보았습니다.
아쉬움 남기고 마당바위, 천축암 지나
도봉산역으로 내려왔습니다.
중간중간 돌아보는 도봉의
장엄하고 푸근한 모습
눈이 호강하고
가까운 것에 감사한 산행이었습니다.
하산길뒤돌아보며
돌이킬 수 없는 후회 하나
또 돌아보며
가슴 저린 반성 하나
다시 돌아보며
눈물 어린 참회 하나
나아가며
바람 같은 바람 하나
또 나아가며
간절한 간구 하나
다시 나아가며
다잡은 다짐 하나
가까운 것 먼저
할 수 있는 것 먼저
하나씩
하나씩만
도봉산과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