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은 2번째, 2명은 처음 얼굴을 트는 친구이지만 고교동기이기에 오랜 지기(知己)같았습니다.
내린천 휴게소는 매우 차가왔고
예보상 산의 날씨는 체감 영하 18도였습니다.
방태산은 사방으로 긴 능선과
깊은 골짜기 가진 강원도 인제의 육산입니다.
영어 초성이 재미있게도 BTS이고,
한자로는 꽃다울 방(芳)에 별 태(台, 삼태성의 태)이니
'꽃다운 별 같은, 꽃다운 별이 피는 산'인가 추측해보았습니다.
방태산은 국내최대의 자연림을 갖고 있는
희귀 동식물의 보고랍니다.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에 3재(災: 물, 불, 바람) 피할 수 있는 명당으로 이곳 산골의 '3둔 4가리'(7개 지명으로 '둔'은 산중 산기슭의 평평한 땅을 말하며 사람 몇이 숨어 살만한 곳의 의미로 '살둔, 달둔, 월둔'을, '가리'는 계곡 안에 자리 잡은 땅으로 한나절 밭갈이를 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하는데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명지가리'를 칭한답니다)를 꼽을 정도로 깊고 깊은 오지 중의 오지에 속해 있는 산입니다.
주걱을 닮은 주억봉과 구룡덕봉, 매봉령을 주봉으로 북으론 설악산, 남으론 오대산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네이버).
능선 삼거리에서 본 주억봉과 구룡덕봉
0920 휴양림 제1주차장 도착,
전열 정비하고 출발
마당바위 지나 얼어붙은 '2단 폭포'와
그 안으로 흐르는 물줄기가 장관입니다.
위쪽은 '이 폭포', 아래쪽은 '저 폭포'라는
위를 기준으로 한 재미있는 이름입니다.
이폭포와 저폭포로 이루어진 2단 폭포
제2주차장까지 약 2km 포장도로 지나
등산로 시작되는 거대 삼림 속으로 진입
깊게 쌓인 눈 사이
조릿대들 삐죽삐죽 얼굴 내밀고
주 자연림인 피나무 박달나무 참나무류는
모두 잎이 져서 구분하기 어려웠고
인공 조성된 수십 m 곧게 뻗은
낙엽송 군락 빽빽이 하늘 가리고 있습니다.
등산로 초입
숲엔 눈 쌓여 아이젠 착용해야 했고
울창한 숲 사이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눈길
'콕 슈우욱 뽀드득뽀드득
콕 슈우욱 뽀드득뽀드득'
스틱 찍는 소리,
바스켓 눈에 파묻히는 소리,
눈 밟는 소리
조용한 숲 속 리드미컬하게 퍼져나갑니다.
계곡물 넘쳐 군데군데 얼음길,
이름 모를 짐승 발자국 자주 보입니다.
숲 속 눈길과 얼음길
편안한 숲 속 눈길 1시간 정도 걷다 보면
매우 가파른 오르막 시작됩니다.
800 고지에서 900m만에 600m 고도 올려야 하는,
주억봉과 구룡덕봉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태산준령 험한 고개
언뜻언뜻 주능선 보이고
고사목과 기기묘묘 나무들
눈을 즐겁게 하는 심산의 아름다운 숲길이지만
어마 무시한 경사에 숨 가빠옵니다.
백산 선배들은 저만치 갔고,
기왕 늦은 김에 양해 구한 후
사진도 충분히 찍고
경치 감상도 넉넉히 하며 천천히 오릅니다.
능선을 향해 오르는 쎈 오르막
한참만에 열린 청아한 하늘
코발트블루로 빛납니다.
먼저 온 친구들 반기며 짐까지 받아줍니다.
장뇌삼과 백고동, 육포와 곶감
눈밭에 차려진 주안상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산음식에서도 고수의 진면목 보였습니다.
컵라면과 소주 한잔에 몸 녹이고
배낭 한 군데 모아놓고
하늘길 걸어 정상 향했습니다.
코발트블루 스카이와 주억봉 가는 하늘길
바람이 없고 해가 좋아 춥진 않았습니다.
설악의 귀때기 청봉 대청 중청 소청과
오대산의 비로봉 동대산 두로봉 상왕봉 호령봉
좌우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방태산 주억봉과 구룡덕봉, 매봉령 사이론
쌀을 이는 조리처럼 생긴 능선들 둥글게 주름지어
계곡을 감싸고 모여들어 아늑하고 편안한 지형 만들어냅니다.
'한국의 산하'에 따르면,
정상 근처에 대홍수 대비하여
수작업으로 돌에 구멍 뚫어
배 떠내려가지 않게 묶었던 암석인
'배달은 돌'의 흔적이 있었다 하고,
흙과 모래 사이에서 조개껍데기가 발견되었다 하니 신비할 따름입니다.
주억봉 정상
구룡덕봉 가는 능선은 약간의 오르내리막으로
설악과 오대산 줄기 양옆으로
구름 위 걷는 듯 편안한 풍경입니다.
좌우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전망대도 설치되어있습니다.
구룡덕봉과 매봉령 가는 길, 멀리 설악과 오대산 줄기
매봉령부터 시작된 급하락,
눈이 많이 쌓여
오히려 편안한 방충 작용 해주었고
점핑 보드 타는 듯한 재미까지 더합니다.
매봉령에서 급 내리막
군데군데 함부로 누워있는
고사목 엉클어진 넝쿨들,
아리랑 한 구절 소환합니다.
'태산준령 험한 고개 칡넝쿨
얼크러진 가시덤불 헤치고
시냇물 굽이치는 골짜기 휘 돌아서
불원천리 허덕 지덕 허위단심
그대 찾아왔건만 보고도 본 체 만 체
돈담무심(頓淡無心),...'
내리막의 고사목,괴목
특히 주왕산 주산지 배경으로
업보와 집착, 욕망과 번뇌, 윤회 그려낸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브금으로 깔리는 '강원도 아리랑'의 처절한 영상이 오버랩되어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중에서
경사 끝에 온화하게 이어지는 눈길 따사롭습니다.
낙엽이 지는 소나무란 뜻의 '낙엽송' 끝에 걸린
늦은 오후 햇살 눈부시고
사그락 사그락 눈 밟는 소리 따라옵니다.
얼어붙은 계곡
그 아래 흐르는 물소리 경쾌합니다.
조릿대, 낙엽송과 얼음계곡
1630 하산
생소한 세계 엿보게 한 친구들과의 대화가 즐거웠고
소주잔 함께 나눈 마무리가 정겨웠습니다.
멋진 친구들 함께한 즐거운 겨울 소풍이었습니다.
방태산 정상에서
그대 아픔
눈물 되어
조금이라도 치유될 수 있다면
함께 울겠습니다
그대 아픔
덜어내어
조금이라도 덜 아플 수 있다면
내 마음 한껏 열어 놓겠습니다
그대 아픔
가슴에
모두 담아가겠습니다
꼭 붙어있는 나무
*2022년 1월 30일 산중 날씨는 찼지만 청아했습니다.
*방태산 휴양림 제1주차장~제2주차장~아랫삼거리~윗삼거리~주억봉~구룡덕봉~매봉령~아랫삼거리~원점회귀의 약 13km 7시간의 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