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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오른 산 100산심론 상
마니산, 하늘이시여 그 마음 굽어살피소서
백산심론(百山心論) 2강 4장 14산 마니산
by
여의강
Mar 3. 2023
간절한 마음 모아
한 걸음씩 나아가면
그 정성 갸륵하여
하늘에
닿는다면
무심치 않으리
무심치 않으리
참성단
마니산(472.1m)을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 산 중 기(氣)가 가장 센 곳이라 하여
정기받아볼 요량으로 초기 등산지로 벼르다
드디어 연이 닿았습니다.
잘 다듬어진 산로 따라 정숙 보행하며
서해바다와 점점이 떠있는 섬들 조망할 수 있는 단아하고 멋진 영산입니다.
마니산에서 본 서해바다
마니산은 강화도 서남단에 있으며
강화군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요.
신기하게도 산 정상은 남쪽 한라산과 북쪽 백두산의 중앙 지점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리산 또는 머리산으로도 불렸는데,
마리란 머리를 뜻하며 강화도에서 가장 높은 땅의 머리를 의미한다지요.
더욱이 정상의 제단은 강화뿐 아니라
전 민족, 전 국토의 머리 구실을 한다는 뜻이랍니다.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를 지내기 위하여 설치하였다는 높이 5m의 참성단(塹城壇, 사적 제136호)은 자연석을 쌓은 것인데, 기단(基壇)은 지름 4.5m의 원형이고 상단은 사방 2m의 네모꼴로 되어 있습니다.
정확한 축조 연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4,000년이 넘는 유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답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도 참성단에서 하늘에 제를 올렸다고 합니다.
단역에는 수천 년 동안 계속 추축 된 흔적이 있는데, 정확한 기록은 1639년(인조 17)과 1700년(숙종 26)에 남아 있답니다.
현재 마니산은 성역(聖域)으로 보호되어 있으며
매년 개천절에는 제전이 올려집니다.
1953년 이후 전국 체육대회의 성화를 매년 채화하고 있습니다(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
참성단 오르는 길
마니산이 있는 '강화도'는 경기도 관할에서 지금은 인천시로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육로로 강화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경기도 김포를 거쳐야 하기에 아직도 경기도와 인천시 두 지자체 사이에선 강화도를 놓고 서로 자기네 소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답니다.
강화도는 연산군, 광해군 등 조선시대 왕족과 고위층의 유배지로도 자주 사용되었지요.
사도세자의 서자의 서자의 서자로서 천주교 박해에 연루되어 강화로 유배되어 나무꾼이 된 먼 왕족 이원범, 전혀 가능성이 없었음에도 어쩌다 조선 말기 임금 철종이 된 그 강화도령과 안타까운 사랑을 나눈 비운의 강화 여인 '봉이'의 이야기가 서린 곳이기도 하지요.
가난할 때의 연인이 남자의 갑작스러운 신분 변화로 부부의 연으로 이어지지 못하자 여인의 비극적 죽음으로 끝난다는 슬픈 사랑이야기입니다.
둘의 연애시절 바닷가 주막집에서 함께 즐겨 먹었다던 순무김치 한 조각을 인근 매점에서 맛보기로 베어 물어보았습니다. 깍두기와는 또 다른 매우 특이한 맛이 아련히 전해지더군요.
마니산서 본 서해바다 전경
가깝고도 먼 강화도인지라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아 친구와 차로 다녀왔습니다.
계단로와 단군로, 함허동천과 정수사 코스 등 몇 개의 등산로가 각기 출발점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일부 능선 구간을 제외하면 산로가 잘 정비가 되어있어 가족단위의 등반도 가능해 보이더군요.
일출이나 낙조 산행으로 동트기 전 이른 새벽이나 저녁에 올라 바다 위로 뜨고 내려앉는 붉은 해를 감상하는 도전을 하는 곳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산길 보이는 산줄기들
좋기로는 함허동천이나 정수사와 단군로를 오가는 종주산행이 가장 바람직해 보입니다.
하지만 차량 회수를 감안하여 가장 무난한 코스인 계단길로 올라 단군로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
습니다.
주차료는 없지만 입장료 2000원씩 받더군요.
공원은 매우 정갈하게 단장이 되어있습니다.
단군과 관련된 시설물들이 많이 설치되어 있고 등산로까지는 포장도로가 계곡 따라 이어져 있습니다.
얼음이 녹고 있는 계곡 지나 20여분 올라가니 좌측으로 들머리가 나타납니다.
1004 계단이 이어져 있다 하지요.
아기자기한 멍석 길과 돌계단, 흙길과 바위길 번갈아 오르다 뒤돌아 봅니다.
봄기운 머금은 겨울나무 사이, 서해바다와 섬들이 바둑판처럼 정돈된 논밭 너머 손에 잡힐 듯 펼쳐집니다.
계단길 앞뒤 전경
그렇게 한 시간 정도 폭 높은 계단길을 바다 구경 위해 뒤돌아보며 또 돌아보며 오르다 보면 소사나무가 있는 참성단과 정상이 보입니다.
수천 년 역사의 신성한 곳이지요.
참성단은 보수 중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정상가는 길 옆 참성단
정상은 원판형 헬기 착륙장으로 되어있습니다.
널찍하고 평평하게 잘 정비되어 있어 산객들이 편히 쉬어갈 수 있겠더군요.
마치 이곳 주인인 양 고양이 여러 마리가
'맛난 거 가져왔냥?' 하면서 산객들 반겨줍니다.
정상 터줏대감들로 이름나있는 친구들이더군요.
정상의 고양이들
간절한 바람 하늘에 올리던 정상에 서니
사방팔방 떠있는
섬과 바다와
능선과
하나 됩니다.
마침 흐린 하늘에서 한줄기 상서로운 빛이 정상을 비추더군요
.
잠시 숙연한 마음으로 심호흡합니다.
정상에서 둘러본 정경
특이하게 나무로 되어있는 정상목에서 인증 합니다.
정상목 고이 잡고
깊은 소망도 하나 심어봅니다.
바다와 산과 하늘에서 싱그럽게 불어오는 바람에 범상치 않은 기운이 묻어나더군요.
탁 트인 전망 바라보며 친구와 담소 나누고
고양이와 놀다가 간단한 요기 합니다.
마니산 정상목
하산길을 단군로로 잡습니다.
능선 따라 이어지며 계속 바다를 보며 내려올 수 있는 길이지요.
바다 위 점점이 떠있는 섬들과 넓은 뻘이며 전답과 작은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가파른 계단과 날카로운 암릉길 이어지지만,
며칠 전 떠올리며 '비용비비(비 내리는 겨울 용문산 하산길에 비하면 비단길)구나'라 생각합니다.
까마득한 절벽 위 멋진 소나무와 기암괴석
내리는 길 즐겁게 해 줍니다.
천 년 사찰 전등사 품은 정족산을 비롯한 강화도의 작은 산줄기들이 이어집니다.
단군로 하산길
아기자기 능선길에는 온갖 형태 바위와 멋진 나무들 눈길을 잡았고, 소나무 숲 짙은 솔향은 발길을 멈추고 심호흡하게 했습니다.
사람과 세월의 흔적을 이기지 못하고 온통 뿌리 드러낸 나무들이 안쓰러워 보이더군요.
하산길 나무들과 기암괴석
그렇게 1시간 여 내려오니 평탄한 길 이어지며 웅녀 계단을 끝으로 계단로 포장도와 합쳐지더군요.
가장 먼저 핀다는 생강나무 몇 그루가 노란 꽃을 한껏 피워 반겨주었습니다.
용이 승천하고 대를 이어 왕후장상이 나온다는 신령스러운 영산에서 진하고 찰진 기운 잔뜩
받아서인지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친구와 함께하여 좋았고, 뒤풀이 곱창전골에 소주가 몸에 감기는 명품 산행이었습니다.
웅녀 계단과 생강나무 꽃
깊은숨으로
땅의 기운 들이마시고
가슴 활짝
하늘 기운 받들어
작고
깊은 소망
부는 바람에 실어 올리오니
하늘이시여
하늘이시여
그 어린 마음
어여삐 여기어
굽어살펴주시옵서소
서해바다
*2022년 3월 17일 다녀왔습니다. 흐린 날이었지만 한 줄기 해가 빛났고 날씨는 온화했습니다.
*마니산 공원~계단길~참성단~정상~단군로~마니산 공원 총 5km 친구와 놀며 쉬며 3시간 반 정도의
펑화로운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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