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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바람에 떠가는 봉우리 봉우리

백산심론(百山心論) 4강 1장 31산 소백산

by 여의강


걷는다


꽃이 없음 어때

눈이 없음 어때


님이 있음

좋겠지만


견딜만해

걸을만해


하늘이면

충분하고


바람이면

감사하니까



비로봉 가는 길


소백산(1440m)을 다녀왔습니다.


거친 바람

흰 눈 바라며

겨울부터 벼르던 산


봄날 가던 즈음

꽃 따라갔지요


일러서인지

아파서인지

듬성듬성 철쭉 사이


하얀 구름만

한가로이 피었습니다.



정상 능선


소백산은 해발 1,439.5m인 비로봉 중심으로 국망봉(1,420.8m), 연화봉(1,383m), 도솔봉(1,314.2m) 등이 백두대간 마루금 상에 솟아있습니다.


연중 반 정도 눈이 쌓여 있는 설산으로 유명하지만, 퇴계 이황은 “울긋불긋한 것이 꼭 비단 장막 속을 거니는 것 같고 호사스러운 잔치 자리에 왕림한 기분”이라며 소백산 철쭉의 아름다움을 묘사했지요.


태백산에서 서남으로 갈린 산맥이 구름 위에 솟아 경상도·강원도·충청도 3도의 경계를 지으면서 서남쪽으로 구불구불 백여리 내려 뻗어 일으킨 소백산은 영주·예천·단양·영월 네 고을의 배경이 되어 고장의 평화와 행복을 수호하며, 기품 있는 선비의 풍모처럼 맑고 수려한 기상의 영기(靈氣) 어린 성산(聖山)이 되었답니다.


지맥의 흐름으로는 한반도의 척추 부분에 해당하는 중요한 곳이기도 하답니다.

특히, 소백산 허리를 감돌아 오르는 아흔아홉 굽이의 죽령은 영남의 3대 관문 중 하나로서, 그 옛날 과거길 선비들의 수많은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비로봉에는 천연기념물인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나라가 어지러울 때 이 고장 선비들이 한양의 궁궐을 향해 임금과 나라의 태평을 기원하였다는 국망봉과, 소백산 천문대가 있는 연화봉, 그 옛날 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솔봉 등 많은 산봉우리들이 연이어져 있으며, 산 중턱에는 신라시대 고찰 희방사와 비로사가 있고, 희방사 입구에는 영남 제일의 희방폭포(28m)가 시원한 물줄기로 산객들 노고를 달래주고 있답니다.(영주시, 소백산국립공원)


산이 영험하여 이곳을 들러본 한 풍수가가 내려와서 소백산에 대고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며 절을 올렸다고도 하지요.



비로봉 가는 길


0650 사당 출발,

3시간 만에 들머리 어의곡 닿았습니다.


철쭉 보러 온 산객들 풀어놓은 대형버스

주차장 가득 메우고 있더군요.


우측에 바로 비로봉 가는 길 연결됩니다.



어의곡 들머리


푹신푹신한 육산

완만한 오르막과 가파른 계단 반복됩니다.


뜨거운 햇살 짙은 녹음

초록초록 빛나고

깊은 계곡 맑은 물

소리 내어 흐릅니다.


구불구불 산그늘

관종 군락 원시의 풍경 만들어냅니다.



짙은 녹음과 관종


숨 고르며 한 시간,

낙엽송 빽빽한

호젓한 오솔길 이어집니다.


30분 더 오르니 시야 터지며

열병하듯 한없이 뻗어나간

봉우리 봉우리


푸른 하늘

한가로이 구름 떠갑니다.


뜨거운 태양

세찬 바람 쏟아집니다



정상 가는 길


출발 2시간 반

비로봉 닿습니다.


넓은 정상 산객들로 붐볐고


사방팔방 아득한 풍경

발아래 펼쳐지고

풍성한 구름

아득한 산그리메

어우러져 이어집니다.



정상 비로봉 정경


바람맞으며

뻥 트인 정경 감상하다

능선길 따라 국망봉 향합니다.


분홍 철쭉 만개 못하고

듬성듬성

수줍은 모습 드러냅니다.



국망봉 가는 길


철쭉 대신

벌개덩굴

노랑매미꽃(피나물꽃)

선괭이눈


이름처럼 고운

이름 모를 야생화들

이쁜 모습 보느라

긴 능선길 지루할 없더군요.



능선 따라 핀 야생화


꽃은 아직 피지 않았지만 '나도옥잠화' 군락 보니

지난여름 낙성대 뜰에 하나 가득 피었던

고운 내음 가득한 옥잠화꽃 생각 니더군요.


시인은 '눈 내리던 밤'

멀리 여인의 옷 벗는 소리 들었다지만,


저는 '옥잠화 향기'에 취해

그 소리 들었지요.



낙성대 옥잠화와 나도옥잠화


바다에서 만난 친구와

산에서 나누는

맛난 점심과 대화가 즐겁습니다.


마의태자 나라 잃은 설움 달래던

국망봉 가는 길

비로봉서 내려온 만큼

다시 씩씩대며 올라야 했지요.


기기묘묘 나무들 눈길 끕니다.



국망봉 가는길


바람의 길


흰구름

푸른 하늘

분홍 철쭉


함께 오릅니다.



국망봉


국망봉 지나 상월봉으로,


땡볕에 회차 시간도 빠듯해

봉우리 우회합니다.



상월봉과 늦은맥이재


늦은맥이재 하산길

초반 다소 급한 경사 외에는

완만한 길들 이어집니다.


양치류와 서늘한 계곡이

쥐라기 공원 닮아

금방이라도 공룡 한두 마리 나타날 듯하더군요.



관종군락


수량 풍부한 계곡 따라

편안하고 시원한 숲

기분 좋게 이어집니다.



하산길


날머리 다다르자

고즈넉한 오솔길 정겹고

계곡 물소리 청아하게 따라옵니다.



날머리 가는 길


되돌아본 소백산

사람 살리는 지형이란 말 생각나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사람은

어찌 되었든


푸른 하늘

흰구름

한가로이 떠갑니다.



돌아본 소백산


*2022년 5월 21일 맑고 따듯했습니다.

*어의곡탐방쎈터~비로봉~국망봉~상월봉~늦은맥이재~원점회귀 15.7km 6시간 50분 친구와 후배와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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