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山心論 1강 1장, 1山 관악산
눈이 내립니다.
도림천 얼음계곡 위로
소나무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노간주나무 위로
침묵의 얼굴바위 삿갓 승군바위 촛대바위 위로
함께한 친구의 어깨 위로
다짐을 다지는 나의 마음 위로
포근히 내려앉습니다.
백산 대학 첫 강의로 관악을 찾았습니다.
출범을 아뢰기 위함이지요.
산허리를 휘감는 둘레길과
자운암 능선, 수영 능선, 사당 능선, 학바위 능선,
8봉 능선과 파이프 능선, 용마 능선,
자하 능선, 관양 능선, 암반천 계곡,
그리고 어마 무시한 6봉 능선까지
1년간 50여 차례를 함께한 산이지요.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고
견디며라도 살아가게 해 주었고
건강을 다져 다시 뛰게 해 준 곳이기에
제게는 연인 같고 친구 같고 큰형 같은 산입니다.
오늘은 가장 일반적이며 무난한 코스로
도림천 깔딱 고개와 연주암을 들러
자하동천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마침 내린 눈이 온 산을 하얗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주 천천히 오르며 욕심을 눌렀습니다.
정상이 다는 아니라는 자연 앞의 겸손을 가져가고 싶었기에 이번엔 정상을 일부러 패스했습니다.
그때도
불나방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끝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아니라
이런 안분지족의 마음이었다면
지금 이리 힘들지는 않았겠지요.
아직 심신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완벽한 상태에서 한다는 것은 안 하겠다는 것과 진배없기에 부족한 대로 시작을 합니다
가면서 고치면서 나아가야지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아니까요.
백산 대학은 입학은 쉬워도 졸업이 힘들답니다.
블랙야크와 한국의 산하, 산림청에서 각자의 기준으로
한국의 100 산을 정했는데 모두 더하면 130개 정도가 된답니다.
산은 각기 좋고 나름의 멋을 가지고 있는데
굳이 인간의 척도로 순위를 매긴다는 것 차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심리적 도전 욕구를 마케팅이 거든 경우라 볼 수 있겠지요.
정상 GPS인증을 엄히 하는 블랙야크 앱(BAC)에 가입했습니다.
제가 39만 9천 몇 번째 도전자이고,
완등한 사람은 1만 명 남짓이니
현재 졸업률이 3프로에도 못 미치네요.
(제가 받은 39만 9천 몇 번이란 번호는 '명산 100'과 '백두대간' 등 8개의 모든 도전 프로그램에 참여한 숫자이고, 100 산만 보았을 때는 도전자가 13만 남짓이니 졸업률은 7~8프로가 되겠네요)
관악산을 100번 오르나
한 번씩 다른 산을 100개 오르나,
또는 그 중간이나 별 의미는 없다 생각하지만
100 산 인증을 도전해보려 합니다.
이미 다녀왔지만 인증이 없는 18개 산을 포함하여
2년 안에 졸업을 해보려 합니다.
그 힘든 걸 하인이나 시키지 왜 하느냐구요?
수십 가지 이유를 댈 수 있지만,
'나를 살아있게 할 것 같다'는 것이 첫 번째 답입니다.
숫자나 순위에 구애받지 않고 욕심내지 말고
형편에 맞추어 마음 따라가려 합니다.
어쨌거나 체력과 시간과 비용과 지원과 운까지 따라주어야 할 수 있는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앱 깔기 전이라 아직 인증은 안 했지만,
결심 후 제1 산으로 관악산을 다녀왔습니다.
관악산은 높이 632m로 암릉이 발달했고
화기가 탱천하여 근처 청계산에 비하면 매우 젊은,
무엇보다 거리적으로 제일 제게 가까운 산입니다.
천천히 오르는 눈 내리는 관악이 쾌적했습니다.
이제 하나이니 99개 남았네요.
시작이 반이라니 반 밖에 안 남기도 했고요.
다시 처음이란 설렘으로
관악에 백산 출범을 아뢰고
무사 완등을 기원했습니다.
관악은 하얀 눈 덮인
속살들을 내주었습니다.
*2022년 1월 19일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