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백산, 어둠의 끝 혹은 빛의 시작

百山心論 1강 2장, 2山 함백산

by 여의강


온통 어둠입니다

어디쯤일까요?

암흑의 짙음만으론 알 수 없습니다


한밤이 막 시작되려는 건지

한참을 기다려야 할 미명(未明)인지

한껏 밝아올 여명(黎明)의 전초인지


어쨌거나 돌아갈 순 없으니

길어야 하룻밤이고

그래야 한 삶이니

하던 일 하며

가던 길 가야겠지요


부질없음 이미 알더라도

빛의 시작을 기다리며

하루를 걸어갑니다



함백산(1573m)을 다녀왔습니다.


태백산맥 줄기인 중앙산맥에 속하며

6번째로 높은 강원도 진산(鎭山)입니다.

비록 다섯 손가락 밖이지만 대단한 높이이지요.

대박산, 묘범산으로도 불렸는데

'함백(咸白)'이란 '크게 밝다'는 뜻이라네요.


동문산악회의 새 배낭으로 짐을 꾸리고

0710 신사역에서 산악회 버스를 탔습니다.

제천, 영월과

허상을 쫒는 갬블러들의 허황된 길과

고한을 거쳐 414번 지방도를 구비구비 올랐습니다.


정선과 영월, 태백을 잇는 만항재(1330m)에 닿았습니다.

야생화가 지천인 '산상의 화원'이 아름답고

넘기 어렵기로는 보릿고개 다음이지만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라 합니다.


사진출처:네이버


많은 산객들이 겨울등산 채비로 분주했습니다.

친구가 선물해준 아이젠을 차고

스틱과 장비 점검 후 천천히 출발했습니다.


조릿대가 흰 눈 사이로 녹푸른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1380m임에도 동산 같은 창옥봉을 넘어

기원단()을 지났습니다.


임금의 바람은 태백산에서 올리고,

백성들의 바람은 이곳에서 올렸다고 합니다.

임금과 백성의 기원에

높낮이가 있고 귀천이 있어서는 아니겠지요.


태백선수촌을 향하는 길과 만나면서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됩니다.

정상에 KBS중계소가 있어

임도를 통해 차로도 갈 수 있는데

선수촌 선수들이 체력 단련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입구를 조금 걷다 보면 가파른 돌길이 열립니다.


앞서가는 젊은이들, 쉬어가는 산객들 아랑곳하지 않고 페이스에 맞춰 올라갑니다.

높고 길다 두려워말고 낮고 짧다 방심 말고,

늦다고 서둘지 말고 빠르다 자만 말고

그저 나의 호흡과 나의 보폭을 따라

가능한 쉬지 않고 한 걸음씩만 꾸준히 발을 딛습니다.


그리 오르다 보니 갑자기 하늘이 트이고

백두대간 운탄고도가 장엄하게 펼쳐집니다.


정상은 칼바람이 몰아쳤고

인증객들로 어수선했습니다.

정상석을 너머 헬기장 아래 풍력터빈과 끝없이 펼쳐진 설산들의 장관을 보며 샌드위치로 요기를 했습니다.


상고대는 없지만 정상 이후 두문동재와 은대봉을 향하는 길엔 제법 눈이 쌓여있었습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고고한 주목들이 근사하고 멋들어진 풍경을 연출했습니다.


맑다가 흐리다 신비로운 운무와 눈바람을 뿌리는 능선길을 오르내렸습니다.



중함백을 넘어 적조암 코스로 하산했습니다.


주목과 시닥나무 산벚나무 박달나무 즐비한

눈 덮인 작은 오솔길과 가파른 돌길,

아찔한 얼음길이 이어졌습니다.


약 7km, 4시간여의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2산 등정 기념을 화이트 와인으로 건배했습니다.



함백에 서서

연면히 펼쳐진

백두대간을 바라봅니다


이 순간이

소중히 간직한

자랑스러운 기억들의

또 다른

서막이기를 기원합니다



*2022년 1월 22일 올랐습니다.

*흐리다 맑다를 반복했습니다.

높은 고도로 정상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고,

중함백까지의 능선길이 오르내리막으로 이어져

눈과 바람을 즐길 수 있는 중급 수준 코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