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百山心論 1강 3장, 3山 도봉산

by 여의강


마음은

벌써 다녀왔습니다만

생각은

가려했고

행동은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마음은

가슴이 하고

생각은

머리가 하고

행동은

몸이 하는데


마음이

생각의 길을 열어주고

생각은

몸의 길을 이끌어야 하겠지요


그러면 될 듯도 한데

그래도 안 되는 게

세상사라지요


기냥

할 수 있는 것 먼저,

가까운 것 먼저


하나씩

하나씩만



도봉산(739.5m)을 다녀왔습니다.


월화수 마음 졸이던 일이 해결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짐을 꾸렸습니다.


오래 전철을 타고 이른 아침 회룡역에 내렸습니다

날은 차지 않고 온화했습니다.

사패 능선과 포대능선을 따라 오를 요량이었습니다.


산꾼들 사이에 불수사도북(불암 수락 사패 도봉 북한산)이란 말이 있지요.

5 산을 무박 종주하는 철인들도 있고요.

산과 산사이를 버스나 택시를 타면 안 된다는 룰이 재미있습니다.

중간이 터널공사와 도롱뇽으로 유명해진 사패산입니다.


회룡사 비구니 스님의 무심한 독경이 울려퍼집니다.

목소리로 그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돌아온 이성계를 무학대사가 회룡이라 부르며 반겼다는 유래가 있습니다.

햇빛에선 역사가, 달빛에선 전설이 만들어진다지요


'산새도 날아와 우짓지 않고

구름도 떠가곤 오지 않는다,...'

소망과 그리움을 노래한 박두진 선생의 '도봉'을 떠올립니다.


쪽동백나무 때죽나무 산초나무 싸리나무와

곧 만개할 철쭉 개나리 진달래가 줄지어보입니다.

둘레길처럼 아기자기한 길을 지나 경사가 커집니다.

계곡 따라 한참을 걷다 보면 사패능선을 만납니다.

여기서 물 한 모금하고 좌측으로 길을 틉니다.

구비구비 끝없이 계단길이 이어집니다.


회룡사


산불초소에서 포대능선을 만납니다.


뒤로는 사패산 삿갓 바위며 호빵 바위며 지나온 길이,

앞으로는 도봉산과 북한산 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옆으로 불암산과 수락산이 손에 잡힐 듯합니다.

젊은 산답게 군데군데 울퉁불퉁 기암괴석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능선의 고목들이 멋진 풍경을 더합니다.


사패능선 삿갓 바워, 호빵 바위


능선 끝 안부에 봉우리 여럿이 그림처럼 떠있습니다.

최고봉인 자운봉과 비선대, 만장봉과 선인봉이

위용을 자랑합니다.

그 멋진 풍경만으로 도봉이 준 힐링은 넘쳤습니다.


우측부터 신선대,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


산객이 오를 수 있는 봉우리는 신선대인데,

그곳에 닿기 위한 난관이 악명 높은 'Y계곡'이지요.


우회로도 있지만 처음이니 직진을 결심하고

전열을 재정비합니다.

친구가 재배하여 보내준 귤 몇 알로 힘을 돋웁니다

스틱을 접고 배낭을 단단히 조였습니다.


깊은 계곡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신비하고 비밀스러운 속살에 닿았습니다.

오르는 길은 곧바로 수직 상승입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선

푸른 하늘에 빠질 것 같았습니다.

철제 보조물이 있어

완전 맨땅인 관악 육봉만큼은 아니지만

스릴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Y계곡 상단


잘 재단된 바위를 묘하게 쌓아 올린 듯

신비한 모습의 자운봉,

그 옆으로 가파른 암릉의 신선대를 올랐습니다.


자운봉
신선대

정상은 매우 좁아 몇 사람 서있기도 힘들었는데,

주말에는 인증객들로 장사진을 이룬답니다.

예서 바라보는 정경 또한 기가 막혔습니다.



강원도 깊은 산,

준령들 속에 있는 듯했습니다.


도봉산 줄기가 사방으로 달려가고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 신선대와

에덴동산, 주봉, 오봉, 우이암과

멀리 북한산의 고봉들이 열병을 하고 있었습니다.


도심에서 우러러보았던

서울 북동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기암 준봉들을

매우 가까이서 바라보는 소회가 남달랐습니다.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멋진 산입니다.



이런 곳을 전철을 타고 와 오를 수 있다니.

항상 가까운 것의 소중함을 놓치고

멀리서 멀리서만 찾는 것은 아닐까 돌아보았습니다.


바로 옆의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가슴에 담아보았습니다.


아쉬움을 남기고 마당바위와 천축암을 지나 도봉산역으로 내려왔습니다.

중간중간 돌아보는 도봉은 장엄하고 푸근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눈이 호강하고 가까운 것에 감사한 산행이었습니다.



뒤돌아보며

돌이킬 수 없는 후회 하나

또 돌아보며

가슴 저린 반성 하나

다시 돌아보며

눈물 어린 참회 하나


나아가며

바람 같은 바람 하나

또 나아가며

간절한 간구 하나

다시 나아가며

다잡은 다짐 하나


가까운 것 먼저

할 수 있는 것 먼저


하나씩

하나씩만



*1월 27일 올랐습니다.

*맑고 차가운 날씨였습니다. 회룡역~회룡사~사패능선~포대능선~자운봉~신선대~마당바위~천축암~도봉산역의 10km 남짓 7시간의 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