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녹슬 때 까지

여러번 비가 왔었던 것 같아

by 구콘

녹슬 때까지
분명
비가 여러번 내렸을 것이다.


해가 뜨면
늘 그렇듯 '잘 마르겠지'라며
방치했던 날들 사이 어딘가에서
안쪽부터 조금씩 무디어졌을 것이다.


아마도 비틀거리는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당신이 그 말을 믿고 등을 돌린 순간 부터
마음에 조금씩 녹이 슬었을 것이다.


굳어지고 빛이 바랜 날들이 쌓이고
비틀거리던 눈빛은 어느새 무뎌지고
그러다가 마음이 잠겨버렸을 것이다.


마음이
녹슬 때까지


분명


몇번의 비내리는 날이 있었을 것이다.


당신에게 내리지 않았던
비가
내게는 내렸던 날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