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간첩

기억해줄거라는 약속

by 구콘

너는 오늘부터

이름이 없다.


가로등 아래의 그림자

구름에 가려진 달빛

너의 모든 빛나는 것들은

기억되질 않을 것이다.


이제 네가 걸어가야 할 길에

따뜻한 포옹은 없다.

차디찬 빙판 위의 위태로움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할 것이다.


너의 이름은

오늘부터 없다.


암호명이 너를 대신할 것이고

조국을 위한 위대한 작전만이

너를 살아가게 하는 원천이 된다.


들판에 핀 꽃처럼

네가 시들어 버린다고 해도

널 위해 흘려줄 눈물은 없을 테니

그 어떤 온정도 기대하지 말아라.


하지만

동포여, 전우여

아니 나의 오랜 친구여


그 누구도 네 이름을 기억 못 하여도

나는 언제나 네 이름을, 눈빛을

뜨거운 심장을 간직하겠다.


고독하고 외로운 길을 걸어갈

나의 친구여, 이 생이 끝나면

그때에 우리 다시 만나면

술잔이나 기울이며 못다 한 이야기로

쓸쓸한 밤을 지새우기로 약속하세


오늘부터 이름이 없는

나의 친구여, 부디

건강하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