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줄거라는 약속
너는 오늘부터
이름이 없다.
가로등 아래의 그림자
구름에 가려진 달빛
너의 모든 빛나는 것들은
기억되질 않을 것이다.
이제 네가 걸어가야 할 길에
따뜻한 포옹은 없다.
차디찬 빙판 위의 위태로움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할 것이다.
너의 이름은
오늘부터 없다.
암호명이 너를 대신할 것이고
조국을 위한 위대한 작전만이
너를 살아가게 하는 원천이 된다.
들판에 핀 꽃처럼
네가 시들어 버린다고 해도
널 위해 흘려줄 눈물은 없을 테니
그 어떤 온정도 기대하지 말아라.
하지만
동포여, 전우여
아니 나의 오랜 친구여
그 누구도 네 이름을 기억 못 하여도
나는 언제나 네 이름을, 눈빛을
뜨거운 심장을 간직하겠다.
고독하고 외로운 길을 걸어갈
나의 친구여, 이 생이 끝나면
그때에 우리 다시 만나면
술잔이나 기울이며 못다 한 이야기로
쓸쓸한 밤을 지새우기로 약속하세
오늘부터 이름이 없는
나의 친구여, 부디
건강하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