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무량수전

부석사에서

by 구콘


나 몇 세기 전 태어나
당신들의 목소리를 들었네
나라가 수십 번 불에 탔고
그때마다 들려오던 비명소리
갈라짐 속에 가두었네
미래를 위해 자손을 위해 나라를 위해
땅에 뿌려진 당신들 피

거름 되어 나 지금까지 서있네
그대들 전해주고 싶던 말들
수세기 지나 나만 알게 된 것들
나 말하지 못하고 그저
삐걱삐걱
빈 바람소리 공허히 울리네

그대들 가슴에 가둬두었던
얽히고 얽힌 뭉쳐버린 한
울면서 애원하던 그대들 이야기
한 보따리 풀어놓고 가면
나는 밤새도록
삐걱삐걱
빈 바람소리로 대신 울어주었네
그대들 남겨두고 간 슬픔
긴 시간 동안 이 자리에 서서
삐걱삐걱
대신 울어주고 있다네
내가 기억하고 있다네
삐걱삐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