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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내댁 Jan 15. 2021

연말에 대한 단상

늘이 두 번째다. 무엇인고 하니 평소와 같이 유모차를 끌고 장을 보러 나왔는데 아기가 스르르 잠이든 위대한 두 번째 날이다. 요즘 아기가 낮잠을 거의 안 자거나 오후 늦게 자서 매우 매우 매우 힘이 든다. 애 볼래 밭맬래 물어보면 밭 매러 간다는 게 이런 의미였나 싶다. 


그래서 후다닥 물건들을 골라 계산을 하고 서점 옆 카페에 앉아 티를 하나 시켜놓고 글을 쓰고 있다. 예전의 나는 글은 무조건 노트북을 켜놓고 옆에 커피 한잔 놓고 써야 스르륵 잘 써졌는데 이제는 일상 속에서 그런 여유를 찾는 건 사치다. 틈 나는 대로 아기가 잠든 사이 내 휴식시간과 맞바꿔야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비록 1년째 휴직 중이지만 내년이면 직장인 10년 차이다. 그렇게도 바라고 바라왔던 휴직이지만 아기와 함께하는 휴직은 중한 고뇌와 노동이 따른다. 그만큼 아기가 주는 행복감은 나날이 더해가지만 힘든 건 사실이다. 


아기 엄마들의 용어로 나는 지금 돌준맘이다. 돌준맘은 아기의 돌잔치를 준비하는 시기의 엄마고 돌잔치를 무사히 끝내면 돌 끝 맘이라는 위대한 타이틀을 얻게 된다. 더불어 돌까지 큰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 키운 엄마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태어나서 1년 동안 무수히 많은 밤을 지새우고 희생하며 키운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무사히 돌잔치까지 끝낸다는 건 하나의 우주를 창조하는 일이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연말이 코앞이고 아기의 돌도 얼마 남지 않았다. 더불어 코로나와 함께하는 새해도 머지않았다. 아직 올 한 해를 돌아보기에는 조금 이르지만 올해는 모든 사람들이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혹자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자유롭게 돌아녔을테지만 나같이 아기나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을 가족으로 둔 사람은 정말로 답답하고 우울한 한 해를 보냈을 것이다. 


올해는 송년회도 자제하고 웬만하면 모임을 자제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가족도 안전한 집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이할 예정이다. 카페에서는 저작권에 걸리지 않는 재즈풍의 캐럴이 흘러나오고 있다. 


힘든 한 해였다. 이유 불문하고 모두가 힘들었다. 서로를 용서하고 힘이 돼주고 맑은 새해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내년에는 코로나 종식을 기원하면서.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좋은 일만 있길 바라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의 한 마디를 건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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