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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가장 무섭다

by 짱강이

한때는 나도 희망을 품고 살았지 열심히 살면 뭐든 다 될 줄 알았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줄도 모르고 말이야

그저 성실히 살기만 하면 뭐라도 떨어지겠지, 내게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 뭐 이런 생각을 했었지

어려서 뭣 모르고 순진했던 거야

지금도 그 동심을 유지하고 싶냐 스스로 물어, 절대 아니라고 답해. 결국 모두의 동심은 잔인한 형태로 깨지게 되니까.


성인이 되니 세상이 뒤집히더라 그동안 살아 왔던 세상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말이야

너는 이제 성인이야. 바위와도 같은 무게를 손에 쥐여 주며 한순간에 사회로 내던져지고, 내 의지로 어쩔 수 없는 일들만 일어났다 아주아주 나쁜 방향으로. 그제서야 세상이 무섭다던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지.

사실 무섭진 않고, 그저 괴로웠어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무슨 나라를 구하는 일처럼 버겁고 고통스러웠어 차라리 죽는 게 더 쉬울 것 같았어


도망쳐 간 곳에 천국은 없다던가.. 그 말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그 말의 근원지를 찾아 다짜고짜 멱살부터 잡고 싶다. 저기요, 도망쳐 간 곳에도 천국은 있어요. 거기엔 오아시스도 있고 오로라도 있고 어린왕자도 있어요. 뭘 좀 알고 떠드세요. 그렇게 오만방자하게 살지 마세요.


한때 내 소원은 숨통 트이기였다. 그만큼 살아내는 게 버거웠다. 내일 당장 눈을 뜰 자신이 없었다. 1년 뒤에도 살아 있을 자신이 없었다. 사실 지금도 자신 없긴 해.


지쳤다

숨통은 트였는데 지쳤어 그래서 희망을 버리고 되는 대로 살기로 했어. 여전히 곪은 자리에선 간간이 진물이 나. 그런데도 그냥 살아.


나는 희망이 너무 무서워

희망은 품어선 안 될 죄악같이 느껴져

내가 희망하던 것들은 결국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지 그렇게 나는 희망이라는 노끈에 목이 졸린 채 아등바등거렸지


지금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희망을 품을 것 같기 때문이야

다 포기해야 하는데, 희망이 불쑥 찾아오면 불행해지곤 해. 나는 절망 편의 시나리오만 상상하고 싶거든. 결국 또 스스로에게 냉담해야 해 그래야만 희망이 사라지거든 비참하지만, 이게 그나마 덜 비참한 방법이야.

그렇게 그냥 사는 거야 나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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