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
https://youtu.be/wwzBWFsFhG0?si=cZR06Q9Y6URbFD6r
그래 나는 어렸을 적부터 괴로움을 느껴 왔어 그래서 10살도 안 됐을 적 일기에는 슬픈 날이면 괴로웠다고 곧잘 적었지 그리고 커 가면서 내 의지로 벌이지도 않은 불행들이 재앙처럼 나를 덮쳤지 내가 손을 쓸 수도 없이 나는 그것들에 잠식될 수밖에 없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멍청하게 우는 일밖엔 없었어 그런데 공소 시효가 지나 버린 살인 사건처럼 이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가 없어 이미 모두의 기억에서 잊혔고, 나 또한 그 기억이 마모돼 제대로 기억이 안 나기 시작했거든 대다수의 어른들이 나를 보면 어릴 적 성격과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 그치만 그건 그들이 나를 몰라서 그렇게 얘기하는 것일 뿐이야 왜냐하면 나는 나이가 두 자리도 되기 전부터 괴로움을 알았고 그걸 일기장에 표현할 줄도 아는 아이였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당시에는 남들에게 행복해 보였나 봐 아무래도 그렇겠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불행이 끈덕지게 나를 쫓아오진 않았으니 말이야 그런데 결국 나는 떨쳐내질 못했어 뭘 떨쳐내지 못했냐고? 글쎄 모든 것들 말이야 나는 나마저도 떨쳐내질 못했어 그게 참 슬퍼 그래서 나는 교통사고를 이겨내지 못했고 원하는 대학에서 예비 1번으로 떨어졌고 계속 학교를 다니면서도 이게 맞나? 그 대학 갈 수 있었는데 다시 한 번만 시험을 볼까? 그만두기엔 너무 아깝지 않을까? 라는 생각만으로 미쳐 가고 있었고 통학 중에 공황이 와 버렸지 결국 대치동이라는 미친놈 소굴을 지 발로 걸어 들어갔어 학원에서 나는 꽤 흥미로운 존재였어 그렇게 또 예비를 받았어 그놈의 예비 말이야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냐고? 그런 당신은 몰락해 버린 유망주를 알아? 가끔씩 수능 보는 꿈을 꾸고, 수능철이면 또 질척한 유혹이 들어와 다시 한 번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번에는 수능에 진짜 올인해 보는 건 어떨까? 이딴 생각이 들어 오면서 나를 또 수렁에 밀어넣지 그래도 정신을 차려 봐 내 가장 소중한 시절을 그딴 입시에 바치고 싶지도 않거든 그래서 인간 노릇 좀 하고 싶었어 그래서 알바나 열심히 했지 그러다가 하루 아침에 쓰러졌어 자율 신경이 문제였대 그 뒤로는 사람 새끼 사는 꼴도 될 수가 없었어 툭하면 수액이나 맞고 다니고 무기력으로 하루 대부분을 보내고 밥도 못 먹고 너무 아팠거든 그래도 일어서려고 했어 당장 죽진 않을 테니 말이야 근데 아버지께서 암이래 평생 쌓아 온 오해로 아버지와 많이 다퉜고, 증오도 많이 했는데 그런 아버지가 암이래 그래서 중환자실까지 다녀왔대 머리를 밀어 버린 아버지를 봤을 때의 그 심정을 누군가가 알기는 할까? 아팠던 나를 혼자 둬서 미안했다고 말하는 아버지를 보던 내 그 심정을 말이야 그 뒤로 나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에서 숨만 붙이고 있어 그렇게 지랄 같은 시간을 폐인처럼 보내다가 13년 지기 친구도 잃었어 걔는 내가 너무 우울해서 떠난대 나는 이제 뭐가 뭔지도 모르겠어 아무 생각이 안 들어서 말이야 여기서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 내가? 뭘 할 순 있을까?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있긴 할까? 정신과 약을 타 오는 거 정도는 자신이 있어 사실 그마저도 죽고 싶을 만큼 하기가 싫다 근데도 꾸역꾸역 나는 눈을 떠내며 살겠지
사실 거짓말이야 아무 일도 안 일어났고 나만 미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