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

부부 공감대가 핵심

by 카리스마회사선배

도 못 뜨던 아기가 옹알이를 하고, 눈을 맞추며 배시시 웃으면 온 세상이 내 것 같다. 행복감에 울컥해지다가도 '이 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키워야 하지?'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책임감이 몰려

온다. 어린 모종에 지지대를 대주면 그걸 타고 자라 열매를 맺듯, 아이는 부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지지대 삼아 자란다. 신기하게도 집안마다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있다. 시댁에서는 '먹는 것'을 참 중요시한다. '고기'라는 단어를 참 많이 들었고, 고기를 구워주는 것이 사랑의 최대 표현인 것 같았다. 우리 집은 '교육'이었다. 먹는 것에 대한 관심보다는 '공부'가 중요했다. 시험을 못 봐서 작은 언니가 종아리를 맞던 장면이 여전히 생생하다. 신하게도 '고기'를 중시한 시댁 자녀들이 공부를 훨씬 더 잘했다.


아직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되기 전, 아이를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키울지에 대해 부부가 신중하게, 여러 번, 치열하게 토론해서 '원하는 미래상'을 그려놔야 한다. 이에 따라 아이에게 무엇을 보여 주고, 어디를 데려가고, 어떤 교육을 시킬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성공하려면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이 필요하다:라는 유머 섞인 육아격언도 있다. 이는 오로지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성적만을 고려한 접근이다. 또, '아이 하나를 제대로 키우려면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도 있다. 형제자매가 많고 대가족이 모여 살았던 옛날에는 이런 고민조차 필요 없었던 것이다. 굳이 대단한 육아관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여러 사람의 모습을 배우며 스스로 커갈 수 있었다. 여러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바르게 자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떠한가? 2024년 한국 출산율은 0.75명으로 OECD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아기 한 명한 명이 어떻게 자라느냐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 부모가 같은 방향을 보고 흔들림 없이 육아를 해야 굳건하고 일관된 육아가 가능하고, 미래가 밝아진다.


아이 낳은 후배들에게 '아기가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그냥,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행복은 매우 주관적인 가치다. 술을 먹어도 행복하고 마약을 해도 일시적으로는 행복하다. 평생을 방에만 있어도 행복해한다면 사회생활도 하지 말고 사회적 은둔자로 그냥 두겠단 말인가?


아이 둘을 키우고 난 결론은 '지혜롭고 따뜻하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닌, 지혜로운 사람 말이다. 지식은 정

보를 아는 것'이고, 지혜는 '아는 것을 잘 써먹는 것'이다. 지식이 시험, 정보암기, 데이터 해석능력이라면, 지혜는 인간관계, 위기대응, 도덕적 판단과 관련이 있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 AI는 챗기능, 추론의 단계를 넘어 대리인, 혁신가, 조직 역할로 단기간 확대될 것이다. 지식과 정보는 이미 AI가 대체하고 있어 필요할 때 찾아쓰면 된다. 아직도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과 돈과 시간을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수백만 원짜리 전집을 사주고, 몇 백만 원짜리 영어 유치원에 보낼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따뜻한 사람'은 마주했을 때 마음이 편해지고 말 한마디에 위로가 되는 사람'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사람의 태도와 말, 존재 자체에서 온기가 전해지는 사람이다. 사람의 온기, 배려, 공감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말투가 부드럽고 친절하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헤아린다. 비판보다는 이해하려 하고, 작은 행동에도 진심이 담겨 있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고, 불편한 상황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다. 절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사람은 인생을 남 탓이나, 상황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선택과 책임으로 살아하는 사람이다. 남이 정해준 길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하는 사람, 내 삶을 내가 선택하고, 그 결과도 내가 책임지는 사람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이 있으며, 선택을 남에게 맡기지 않는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줄 알며, 자신의 감정, 습관, 시간을 주체적으로 관리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지혜롭고 따뜻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그런습을 보여줘야 한다. 자기 삶을 주인으로 살게 하려면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고, 직접 선택할 기회를 자주 주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줘야 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아이가 내 도움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 물러나는 연습이다.'라고 한다. '지혜롭고 따뜻하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게 도와주자. 그렇게 키우기 위해 어떤을 보여주고, 어떤 경험을 시켜줘야 할지를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보자. 벽에 붙여놓고 하루에 몇 번씩 소리 내어 읽어보자. 그래야 주변의 흔들림 없이 내 아이를 올곧이 키워낼 수 있다. 옆집 이웃의 교육방식에 불안해지지 않을 수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터는 부탁하지 말고 다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