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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터는 부탁하지 말고 다뤄라

엄격함과 따뜻함 사이

by 카리스마회사선배

이 둘 키우면서 시터 8명을 썼다. 양가 모두 상황이 안되었기에 100% 남의 손을 빌 수밖에 없었다. 시터 8명을 쓰면서 얼마나 큰 마음고생을 했는지 책 한 권에도 다 담기 어렵다. 아이 둘을

맡기니 죄인처럼 굽신거렸고, 집에 물건이 없어져도 한 마디도 못했다. 매일 눈치를 봐야 했고, 관둔다 하면 하늘이 노래졌다. 시터 알아보고, 면접 보는 과정이 힘들었고, 무엇보다 새로운 시터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워서였다. '사람을 다루다'는 영어로 'Manage People'이다. 시터는 부탁해서는 안되고, 다뤄야( Manage) 한다는 이유를 설명한다. 시터를 Manage 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먼저, 채용할 때는 국가 지정기관 건강검진표를 반드시 받아라. 시터는 아기를 안고, 볼을 비비고, 우리 가족과 한 공간에서 호흡할 사람이다. 야박하다 생각하지 말고, 몸은 건강한지, 전염성 있는 병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호칭이 가장 중요하다. 00 엄마, 00 씨, 사모님이라는 호칭에 따라 주인과 시터의 관계가 결정된다. 00 엄마라고 부르면 아이가 볼모가 되고, 어느새 시터가 상위에 가 있다. 00 씨는 대등한계가 되고,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나쁘다. 반드시 사모님이라고 부르게 하라. 남편이 진짜 사장이 아니어도, 시터가 나이가 많아도 개의치 말아라. 사모님이라고 불러야 위의 자리에서 일을 시키는 게 자연스럽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노동의 대가로 급여를 주는 계약관계라는 사실이다. 갑질을 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시터에게 쩔쩔매서도 안된다. 시터를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평소에는 깍듯한 존댓말로 예를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아이들한테도 그렇게 교육시켜야 한다.


시터의 역할과 책임을 문서화하라. 첫 대면 시 어떤 일을 어떤 주기로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를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제공하고 설명하라. 시터로만 채용된 것인지, 청소와 식사까지 준비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해야 한다.'주로 아기 보시면서 가끔 청소나 좀 해주시면...' 이런 막연한 규칙은 금물이다. 입주 시터라면 아기 돌보는 시간도 명시하고, 아기를 데리고 자야 하는지, 아기는 부모와 같이 자야 하는지도 명확하게 설명하라. 하루 1회 물걸레질 주 1회, 화장실청소, 월 1회 유리창 청소, 저녁은 18시까지 2인분을 준비해 달라. 등 정확하고 구체적일수록 좋다. 근무시간, 급여, 비상시 연락처, 병원 연락처, 응급처치법, 약 보관장소 등도 알려주어라. 이 모든 것을 문서화해서 설명하고, 이견이 없으면 날짜를 적어 양쪽 사인 후 잘 보이는 식탁 벽에 붙여 놓아라.


시터는 엄격합과 따뜻함 사이에서 다뤄야 한다. 마음에 안 드는 일은 예를 갖춰 정확히 말씀드리되, 어려운 점도 수시로 묻고 경청하라. 일에는 엄격하되, 생일이나 명절 등에는 보너스를 조금 더 드리는 게 좋다. 선물보다는 돈을 선호하는 점도 잊지 말라. 만약 CCTV를 설치하고 싶다면 미리 양해와 동의를 구하라.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으로 대하되, 감사인사를 자주 표현하면서 존중해 드려야 한다. 아이들이 아무리 어려도 시터와의 관계를 유심히 관찰하고 의견을 물어라. 시터를 만났을 때 반응을 잘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판단되면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아이가 어릴수록 터를 신뢰하는지, 무서워하는지 유심히 관찰하자.


밤마다 빨간 립스틱 칠하고 외박하던 분, 출근해야 하는데 연락이 두절되었던 분, 짜디짠 된장찌개에 온갖 반찬을 끓여 이유식으로 주던 분, 몸이 안 좋아 조퇴했는데, 욕조에 가득 물 받아 목욕다 화들짝 놀라시던 분, 집 전화로 여기저기 기부해서 전화요금 폭탄을 맞았던 일, 아이패드 도난사건까지... 크고 작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가장 가슴 아팠던 기억은 아이들을 구석에 몰아놓고 등을 발로 밟았던 일이었다. 엄마 마음 아플까 봐 다 커서야 전하는 아이를 안아주며 가슴이 미어졌다. 엄마가 또 시터 구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이 안타까워 꾹 참았다고 했다.


시터는 다뤄야(Manage) 한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를 명확히 설정하고, 호칭에서부터 원하는 바를 말하고 관리해야 한다. 기계처럼 딱딱하게 다루라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볼모로 잡혀 할 말도 못 하고 마음앓이 하면서 쩔쩔매서는 안된다. 그때 내가 그렇게 살아서,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게 한이 돼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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