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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다유 Mar 15. 2022

이 나이에도 내 안에 발견할 게 남아있다는 건, 봄단상

내 인생의 봄날은 바로, 오늘


봄을 재촉하는 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신다

겨울이 봄에게 자리를 미련 없이 물려주고 떠난다

계절은 어김없이 또 이렇게 자리바꿈을 하고 있다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 산다는 건 축복이다

뭔가 생동감이 더 느껴지는 것 같다


얼마 전 홈쇼핑에서 겨자색 원피스를 구입했다

검정색 롱패딩으로 감쌌던 몸을

개나리색이 감도는 원피스로 대체하니 가슴이 설렌다


'이제 봄이구나~또 이렇게 봄이 오는구나'


설렘을 안고 산다는 건 이런 걸까?

두근거림과 기대감이 함께 포장되어 내 몸에서 활기가 느껴진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지만 내 마음은 내가 조절할 수 있지 않은가

가끔 내가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속 노라는 삶이 고통이다

직장에서는 해고통지를 받았고 위안을 주던 고양이는 교통사고로 죽었으며 연애도 밴드도 모두 망해버렸다

결국 자살을 선택한 노라에게 저승으로 가기 전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만약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어떤 선택을 할까?

노라는 가보지 못했던 삶 속에서 진정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나라고 미련이 없을까

내가 가 보지 못한 인생을 생각할 때가 있다


그때 좋은 학교를 나왔다면,

그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때 그런 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그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지만 그런 선택을 통해 현재 내가 있는 것 아닌가

나라는 존재는 그런 수많은 선택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렇게 맛있는 식사는 생전 처음이었다. 나에게 음식 솜씨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이었다. 이 나이에도 내 안에 발견할 게 남아 있었다는 건 또 얼마나 신선한 충격이던지. -아주 오래된 농담 중(박완서)




내 안에 나를 발견하는 것,

그건 수 많은 선택을 통해 만들어진 내가 가진

특권이 아닐까

적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이젠 조금은 성숙해졌고

인생에 단련이 되어 있으며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니깐 말이다




아파트 앞 화단에 심어 놓은 개나리가 봄비를 맞고 있다. 이제 며칠 지나면 갈색의 딱정이 속에서 노란 꽃잎이 피어날 것이다


내 인생의 봄날은 언제인가


지금,

바로,

오늘.



https://youtu.be/_oDfjVMLIi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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