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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다유 Feb 09. 2023

어서 오세요, 난다유 꿈제작소 공간입니다

온전히 나를 받아 주는 그런 공간이 있는가

공간이 갖는 의미는 각자 다릅니다

누군가는 제일 처음 출근해서 아무도 없는 빈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훅 다가오는 서류 냄새에서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 공간만이 느낄 수 있고 반응하는 내 몸의 감각을 통해서 말이죠


좁은 아파트에서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엄마의 공간을 갖기란 힘들었습니다

안방까지 침범한 아이들 옷가지며 장난감들에 치여 발 디딜 틈도 없었으니깐요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면서 장난감을 치우고 그 자리에 작은 책상을 들여놓았습니다

나만의 공간, 하지만 그 공간은 나의 일터이기도 했습니다


맞벌이를 하기로 결심한 것은 점점 커가는 아이들의 교육비가 가장 큰 이유지만

외벌이로 살아가기엔 힘든 사회시스템도 한몫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신없는 두 아들을 학원에만 뺑뺑이 돌리기엔 불안하고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일이 온라인 학습사이트 교사였습니다

바로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곳이었습니다

나만의 공간은 어쩌면 처절한 삶의 일터로서 시작되었고, 힘들었지만 보람도 느낀 공간이었습니다


그 공간에서 책을 집필했습니다

내가 일하는 재택근무가 자녀를 키우고 경제력을 갖고 싶어 하는 경력단절 여성에게 최상의 직업형태가 아닐까 생각했죠

교사로 강사로 일하다가 관리자로 승진하면서 똑같이 주어진 환경과 시간 속에서 성공하는 사람과 도태되거나 실패하는 사람의 차이가 보였습니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힘들게 선택한 재택근무에서 성과를 내기를 바랐습니다


책을 내고 프리랜서를 선언하면서 퇴사를 했습니다

이제 나의 공간은 안방의 구석진 자리에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베란다로 말이죠

확장한 거실 베란다에 커다란 책상과 책꽂이 편안한 의자와 새로 장만한 노트북

그렇게 봄, 여름, 가을을 보내면서 강의도 하고 유튜브 영상도 만들고 새벽낭독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쌀쌀해지니 베란다는 너무 추웠습니다

마침 장교로 군대에 복무 중인 아들이 오랫동안 방을 비워야 했기에 그 빈방을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새로 도배를 하고 가구를 들여놓고 프린터기와 공기청정기까지 들여놨습니다

방과 연결된 작은 베란다에는 재활용 가구점에 갔다가 눈에 띈 빈티지 원목장식장을 두었습니다

장식장 안에 커피머신과 티포터를 두고 오후의 햇살에 나른함이 몰려 오면 커피를 내립니다

이곳에서 매일 새벽낭독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오늘 새벽낭독에서 함께 했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에서 

서점주인 영주는 공간이 갖는 의미를 설명합니다


몸이 그 공간을 긍정하는가

그 공간에선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그 공간에선 내가 나를 소외시키지 않는가

그 공간에선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가

이곳, 이 서점이, 영주에겐 그런 공간이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


새벽 5시, 이 작은 서재의 문을 열면 따뜻한 온기가 나를 반겨줍니다

밤새 내려앉은 밤냄새와 책상 위에 펼쳐 놓은 다이어리와 

책냄새,,


티포트로 내린 따뜻한 차 한잔,    

그리고 노트북을 켜고 줌 미팅방을 엽니다


어서 오세요, 새벽낭독 새낭님들~

오늘도 설렘 가득 품고 책 속에 숨겨진 보물을 만나러 갈까요



https://youtube.com/shorts/EgzF52JL0sU?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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