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와의 추억의 음식

가마솥의 누룽지

by 풍요로움

누구나 특별한 음식이나 상황을 접할 때 떠오르는 추억 하나는 있을 듯하다. 나에게도 그런 음식이 있다. 그 음식만 보면 외할머니가 떠오른다. 옛날에는 대부분 넉넉한 살림살이가 아니었기에 어른들을 만나면 하는 인사가 "식사 하셨어요~ "였다. 그만큼 먹을 것이 귀한 시대를 살았었다. 지금 아이들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말이다.


없는 살림에 식구들은 많고 아기새들의 모든 입을 만족시킬 만큼 채워줄 수 없던 시절이였다. 나의 어린시절은 피죽도 못먹는 시절은 아니었니만 혼식을 권장하고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이다. 늘 새벽이면 모든 어른들은 일하러 나가시고 언니,오빠들은 어디론가 없어지고 어린 나는 집에 덩그러니 혼자 있어야만 했던 그시절!


몸이 허약했던 나는 입도 짧아서 주는데로 잘 먹지못하는 예민한 아이였다. 그런 나의 입맛을 유일하게 맞추어주시던 분이 계시다. 그분은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아닌 외할머니셨다. 늘 먹지못하는 나를 안쓰러워하셨고 늘 사랑으로 감싸안아주셨다. 식성좋은 언니, 오빠들이야 챙기지 않아도 오히려 없어서 못먹었던 시절이었고 동생들이 느리게 먹는 틈을 타서 장난으로 침을 발라놓으면 먹던 음식 오롯히 빼앗기던 그런 시절이였다. 늘 뺏기기만 하고, 빼앗겨도 울지않는 나를 보시고, 외할머니는 늘 안쓰러워하셨다.


언니, 오빠들 보는데서 날 챙기면 시샘으로 탈이 생길까봐 언니, 오빠들 없는 틈에 몰래 몰래 손에 쥐어주시던 음식이 있었다. 유일하게 어릴적 내가 좋아하는 음식, '누룽지' 였다.


가마솥에 불때어 김이 모락모락 날때면 불쏘시개 작게해서 뜸을 들이다가 노릇노릇 누룽지 타지않게 누를때쯤 갓지은 밥냄새가 어느새 온사방에 퍼지면 밖에 흩어져있던 외할아버지와 언니, 오빠들이 하나둘씩 어떻게 알았는지 집으로 모여든다. 고소한 밥냄새가 식구들을 불러들이면 외할머니 요술손에서 뚝딱뚝딱 반찬들이 하나둘씩 완성되어 한상가득 채워진다.


어린 나는 외할머니 치맛자락 붙잡고 강아지마냥 외할머니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면, 귀찮은 기색 하나없이

가마솥 아궁이에 불을 때시면서 동시에 나를 안아주시던 외할머니!!!

장난꾸러기 오빠들 뺏어먹을라 하시면서 양푼이에 밥퍼내시고 가마솥에 누룽지 긁어서 뜨거운줄도 모르시고 먹기좋게 손으로 꾹꾹 뭉쳐서 주먹밥 만들어 주시던 외할머니 누룽지가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던지 입에서 살살 녹았다. 사랑과 정성을 먹은건지 누룽지를 먹은건지 가끔은 그때 눌려주시던 외할머니 누룽지가 너무나 그립다.


고사리손으로 받아든 '누룽지 주먹밥' 호호불어가며 맛있게 먹었다. 한입 베어물면 입안에 스며드는 고소함과 따뜻함이 외할머니의 사랑과 곁들어져 소화가 잘되었다. 지금도 신경쓸일 많고 입맛이 없을 때는 외할머니의 정성과 사랑담긴 그 기억 떠올이며 소형 가마솥을 가스불에 올려놓고 흰쌀밥 누룽지 눌리면서 외할머니를 떠올린다. 그 때 외할머니께서 해주시던 그맛은 낼수 없지만 '누룽지'만 보면 외할머니가 떠오른다. 그리고 지금은 함께하지 못해 몹시 그립다.

내가 큰만큼 외할머니는 늙어가셨고 이제는 우리의 곁을 떠나셨다. 그래서 늘 그립고 보고싶다. 외할머니의 사랑과 외할머니의 품, 외할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가마솥 누룽지, 누룽지의 고소한 냄새......!


누룽지 말고도 외할머니께서는 전라도 분이셔서 음식솜씨가 좋으셨다. 외할머니 손만 거치면 모든 식재료가 요술을 부리는 요술할머니의 손처럼 '금나와라 뚝딱, 은나와라 뚝딱' 방망이만 휘두르면 나오는 금은보화처럼 금방금방 뚝딱뚝딱 맛있는 음식들이 차려져 나왔다.

그만큼 일이 몸에 배어서 새벽녁부터 밤늦게까지 외할머니 쉬시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오로지 자녀들 손녀, 손주들 입에 들어가는 음식들 마련하시느라 밭일이며 집근처에 있는 바닷가 일이며 쉴새없이 일하셨다. 늦게까지 일하시고 집에 돌아오셔도 엉덩이 한번 바닥에 걸터앉지 못하시고 식구들 먹일 저녁상 보시느라 동분서주하시는 외할머니 뒷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고생참 많이 하시다가 하늘나라에 가신 우리 외할머니 이제 좀 편하게 쉬고 계시려나? 아마도 그곳에서도 몸에 배신 습관대로 일하시느라 분주하실 외할머니 모습이 상상된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희생이 있었기에 그나마 지금에는 끼니걱정하지않고 배불리 먹을수 있는 태평성대를 누릴수 있어서 감사하고 감사한 맘 전하고 싶어도 하늘을 쳐다보며 어린시절 떠올리며 마음으로만 전한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사랑으로 이만큼 성장해서 그나마 사람노릇 하며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보고싶습니다!'


나는 누룽지를 보면 사랑으로 밥해주시던 외할머니가 떠오른다. 어린 손녀 고사리손에 뜨거운줄 잊으시고 '가마솥 누룽지' 손으로 꾹꾹눌러 주먹밥 만들어주시던 그리운 외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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