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하면 떠오는 것은 못생긴 사람을 놀릴 때 자주 쓰던 말이다. 내가 어릴 때 오빠들은 여동생들을 놀려먹길 좋아했는데, 그때 자주 등장하는 말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였다. 메주 입장에서는 억울했을 것이다. 모든 음식에 건강과 맛을 담당하는 전통 양념재료로 짓궂은 아이들에게 평가 절하의 대명사가 되었으니 말이다.
어릴 때 외할머니댁에 가면 외할머니께서는 늘 바삐움직이셨다. 농사지은 콩을 이른 새벽부터 좋은 메주 콩만 골라서 우물물로 여러차례씻은 다음 불려놓았다가 아궁이에 불지펴서 가마솥에 콩을 삶고 뜨거운김 가로질러 표주박 바가지로 잘삶아진 콩 퍼다가 절구에 한참을 빻는다. 절구공이로 여러차례 내려치면 동그랗던 콩이 어느새 형태가 없어진다.
"오메 허리야"하시면서도 외할머니께서는 연신 절구질만 하신다.
곱게 빻아진 콩을 방에 들고 오셔서는 '방에서 엉덩이 붙이고 쉬시려나 나랑같이 놀아주시려나' 오매불망 외할머니 옆에 바짝붙어 앉아있는 내입에 김이 모락모락, 금방빻은 콩을 넣어주신다.
"어쩌냐, 고소하지야?"
그리고는 곱게빻은 콩을 벽돌모양으로 반듯하게 치대고 매만지고를 몇십번을 반복하신다. 외할머니의 꼼꼼한 성격답게 한치의 오차도없이 비슷한 양의 빻은 콩을 몇십번의 손길로 비슷한 크기의 메주들이 완성된다.
반듯반듯한 예쁜 메주, 제일 따뜻한 아랫목에 메주를 놓고 띄워 발효 시킨면 발효시킬때 냄새가 쾨쾨하면서도 구수하여 온방에 가득차 코를 자극한다. 제일 따뜻한 아랫목을 차지했던 메주들은 어느새 곰팡이가 하나둘씩 피기시작하더니 마침내는 메주마다 곰팡이 꽃으로 가득해진다.
외할아버지께서 볏짚으로 새끼꼬아 만들어놓은 새끼줄로 발효된 메주를 동여매여 처마밑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았다가 때가되면 메주로 간장을 담가 장물을 떠내고 남은 건더기에 소금으로 간하여 발효시켜 숙성시키면 구수한 맛 일품인 '된장'이 된다. 구수하면서도 짭짤한 된장을 국에 넣은면 된장국, 찌개에 넣으면 된장찌개, 봄나물 뜯어다가 참기름과 함께 된장에 조물조물 무치면 그 맛이 일품! 밥한그릇 뚝딱!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된장!
'더이상 메주를 못생겼다 하지말아~ 이래뵈도 간장, 된장 메주없으면 맛 못본다'
외할머니 손끝에서 만들어진 메주로 만들어진 간장, 된장은 일년 내내 식구들의 건강과 맛을 담당하는 일품 양념으로 변신한다. 한시도 쉬지않고 바삐움직이시던 외할머니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