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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로움 Feb 14. 2022

스페인의 대표 건축가 가우디

안토니 가우디 이코르네트(카탈루냐어: Antoni Placid Gaudí i Cornet, 1852년 6월 25일 - 1926년 6월 10일)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의 건축가이다. 아버지 쪽 가문은 프랑스계의 가우디 집안이고, 어머니 쪽이 코르넷 가문이다. 안토니라는 이름은 그의 어머니의 것을 물려받은 것이다. 74세를 살았으니 당시로서는 단명한 것은 아니나, 젊어서 가족의 대부분을 잃고 쓸쓸한 인생을 살았다. 가우디의 친가와 외가는 모두 대대로 대장간을 가업 삼아 생계를 이어온 장인의 후손이다. 그는 고질적인 질병을 안고 태어났다. 선천성 폐병과 관절염으로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불편해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려 놀지 못하고 늘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며 상상력과 친구가 되었다.  아버지는 1000도가 넘는 화덕에서 풀무질을 하며 쓸모없는 쇠붙이를 녹여 생활에 필요한 그릇이나 솥을 만들었다. 가우디는 이런 환경 덕에 3차원의 도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간을 이해하게 되었다. 실험적인 도구를 만들기 위해 땀 흘려 망치질하는 대장간은 가우디의 건강한 교실이 되어주었다.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고 거친 돌과 벽돌을 조각처럼 다룰 수 있었던 것과 무쇠 철을 엿가락처럼 사용할 수 있는 감각도 어린 시절 아버지의 대장간에서 모두 배울 수 있었다. 

구엘공원

가우디가 살았던 소도시 리우돔스와 레우스는 바르셀로나의 남쪽 해안도시 타라고나를 마당처럼 물고 있는 로마시대 역사유적지였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버섯과 곤충, 동식물은 모두 어린 시절 상상력 가득한 자연의 실험실에서 건져 올린 유산이다. 위대한 대자연의 책은 병약한 어린 가우디의 삶을 상상력으로 이끌었다. 그의 건축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곡선의 아름다움은 아픈 몸으로 자연에서 발견한 선물이다. 가우디의 유년시절 상상력의 교과서였던 리우돔스에는 중세의 성벽으로 둘러 싸인 에스코르날보우 수도원과 빌라포르투니 성이 있었으며 호기심에 가득 찬 소년에게 로마시대의 영화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가우디의 아버지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 리우돔스보다 조금 큰 레우스로 집을 옮겼다. 인구 27,000여 명의 레우스는 19세기 중후반 세계의 교역 중심지였던 타라고나와 지척 간이며 가우디의 인생 초반을 성장시킨 곳이다. 시골소년이 전 세계로 뻗어가는 레우스의 지평선을 바라보며 포부를 키우게 한 도시이다. 레우스엔 신고전주의 예배실이 돋보이는 로세르 성전과 미세리코르디아 성전, 화려한 장식의 18세기 메르세 교단의 성기보관실과 캄브레르 궁성의 중세 유적지가 널려 있었다. 무엇보다 가우디에게 공간의 영감을 불러일으킨 18세기 보파롤 궁이 가우디 집 바로 뒤에 있었다. 장엄한 캄브레르 고딕 성당의 첨탑은 앵무조개 모양의 웅장한 돌계단을 따라 올라갈 수 있었는데 이는 훗날 성가족 대성당의 첨탑으로 부활하였다. 레우스를 안마당처럼 품고 있는 타라고나는 기원전 218년에 로마인들의 지배를 받았다. 로마인들은 이곳을 타라코라 불렀으며 기원전 27년에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이곳을 이베리아 반도의 수도로 정하고 기원전 25년까지 머물면서 칸타브리아 지역과 아스투리아스 지역의 전투를 지휘했다. 그 당시 바르셀로나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지만, 타라고나는 714년에는 무어인들의 지배를 받고, 1089년에는 가톨릭 대주교의 지배를 받으면서 카탈루냐 중심도시로 발전했다. 방사형으로 뻗어 있는 타라고나의 중심광장에서 지중해의 절벽으로 곧장 내려가면 만나는 신작로가 람블라 노바 거리이다. 여기서 동쪽으로 몇 블록 올라가면 불룩한 주머니 모양의 성벽으로 둘러싼 곳이 구시가지이다. 해안가로 이어진 길이 그 옛날부터 로마인의 길로 알려진 아우구스타 대로다. 어린 가우디에게 레우스와 지척간인 타라고나의 로마 유적들은 모험으로 가득한 상상력의 세계였다. 원형경기장, 실내 시장, 목욕탕, 수많은 사원들과 카탈루냐 유일의 포럼이 들어차 있는 타라고나는  스페인 건축사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로마시대 이후의 유적들이 모여 있었다.  

성가족 대성당

스페인 건축의 특징은 빛이 돌에 부딪힐 때 일어나는 효과를 다루는 뛰어난 기술로 가우디 작품에 반복되는 주제이다. 스페인을 점령한 이슬람교도들이 빛의 미학을 실현한 세공장식의 아치와 벽면 장식과 나무 천장 장식은 빛의 농담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춤을 춘다. 레우스를 점령했던 이슬람교도들이 처음으로 빛의 미학을 전해주었는데, 이들은 반복되는 기하학적인 모티브로 장식 된 표면 조각에 빛을 투영하여 다양하게 변하는 표정까지 놓치지 않고 돌조각에 새겨 넣었다. 이슬람적인 빛의 마술은 훗날 가우디의 손끝에서 다시 재창조되었다. 몸이 불편한 가우디는 가만히 앉아서 오랫동안 제도판에 엎드려 작업할 수 없었다. 자연히 가우디는 대지 현장에서 어떻게 지어야 할까를 충분히 검토한 뒤에 관찰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3차원 모델을 만들어보며 주요 구조와 디테일을 정확하게 정리한 후 짧은 시간에 도면을 그렸다. 건축에 중요한 구조는 3차원 공간으로 실험하는 것이 제일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항상 몸으로 건축을 실천하는 가우디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았지만 평생 자신의 경쟁자인 도메네치의 이론은 기꺼이 받아들여 자신의 건축기반으로 삼았다고 한다. 로마네스크 건축과 고딕 건축 그리고 이슬람 건축이 스페인에 뿌리내린 무데하르 양식의 건축이론을 바탕으로 바르셀로나 민족 건축을 정리한 도메네치의 이론을 건축현장에 직접 응용했다. 평생 그를 괴롭히던 지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터득한 강한 승부근성과 포기할 줄 모르는 용기는 종종 고집불통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보였지만 그는 확신에 찬 계획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밀고 나가는 상상력의 엔진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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