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녀 가장의 삶에 관하여
결혼한 남자들이 화장실에 들어가면 안 나오는 이유는?
정답: '침해받지 않는 유일한 공간'이라서.
연 사흘째 잠자리가 바뀌었다('바꼈다'가 아님).
딸 방(이상한 상상 금지)에서 당직실 골방으로, 다시 집 거실에서 본가 어머니 방으로 민족의 대이동 아니랄까 봐 그렇게도 옮겨 다녔다.
새벽에 전립선이 모스부호를 세차게 쳐대서 눈을 떴다 눈이 떠졌다. 어두컴컴한 사위에 '여기가 어디지?' 하며 잠시 정신을 수습해 보니 본가였다.
- 그래, 어제는 명절에 못 왔던 어머니 집에 왔었지.
화장실에 가야 해서 안경을 찾는데 보이지 않았다. 눈이 나빠 안 보이는 건지 캄캄해서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늘 자는 자리 같았으면 왼쪽 머리맡에 놓아두었으려니만, 날마다 바뀌는 잠자리라니... 얘들아, 나 죽으면 내 관 안에는 꼭 정위치에 아빠 안경 놓아 주라.
아내가 아침밥 대신 토스트를 해준다 하더니 겉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왜 옷을? 듣자 하니 케첩과 치즈를 꼭 사 와야겠다고 하고는 (비싼) 편의점에 간다고 했다.
결국 동행하는 조건으로 대형 (하나로 뭉치는) 마트에 가기로 했다. 아침이라 황리단길도 한산했다. 처음 봤다. 사람 없는 경주 황리단길.
가는 길에 잠자리 이야기를 꺼냈고, 죽어서 관 속에 들어가야 나만의 공간이 확보될 것 같다고 넋두리했더니 아내가 말했다.
"걱정 마, 내가 합장해 줄게."
아아아악~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