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장

희랍어 시간을 읽다보니 떠오르는 아이가 있다.

타인에 대해서 지레짐작하는 버릇.

by 차재영

희랍어 시간은 실어증에 걸린 여자와 시력을 읽어가는 남자가 나오는데, 여자의 학창시절 대답을 하지 못해서 선생님에게 뺨을 맞는 내용을 보니 남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오해되는 삶은 참 고달프구나란 생각이 들었는데.


폭행한 선생(님이라고 붙이고 싶지도 않다)은 건방지게 대답을 안한다고 생각해서 뺨을 때린 것일까? 그래도 평소 얘기를 들으면 뭔가 그 부분에 문제가 있으니 세심한 관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외로 둬야하는 부분이 있다. 란 생각은 안해본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어릴때 교회에서 실어증이라고 추측되는 아이가 갑자기 기억이 났다. 진짜 아예 새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희랍어 시간을 읽다보니 그 아이가 생각나고 그 아이에 대해서 내가 지레짐작했던 것들이 생각이 났다.


그 친구는 진짜 말만 안하는 친구였는데 교회 리더들이 모임을 같이 할래?라고 그 아이에게 권유했을때 나는 속으로 말도 하기 싫은 사람이 모임을 좋아할까?라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는 모임을 하겠다는 의사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래서 우리 그룹에서 함께 모임을 했었다.

나는 그 아이가 정말 미스테리였는데 생각해보면 내 지레짐작때문에 더 미궁속으로 빠져들었던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말할 수 없지만 모임에 앉아서 우리 얘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심지어 야외 활동도 함께 했었다. 그리고 멋부리는걸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써클렌즈가 돌아가 있어서 그걸 말해주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근데 대답을 하지 않으니 왜 말을 안하냐고 이유를 물어보기도 그렇고, 또 어쨌든 나는 얘기하면서 친해지는 스타일인데 아무말도 없는 그 아이에게 솔직히 호감이 가지도 않았고 그래서 다른 그룹이 되고 나서는 그 아이를 완전히 잊었었는데


몇년 후에 갑자기 나한테 3만원만 빌려달라고 문자가 와서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잘 기억은 안나지만 나는 그 아이가 왜 3만원을 빌리려했는지 이유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빌려줄수 없다고 거절했던듯.


희랍어 시간을 읽다보니 그 아이 생각이 났었다. 희랍어 시간에서 여자 주인공이 필담으로 상담을 하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맞지. 사실 모든게 그렇게 간단하고 납작하기만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는 그 나름대로의 말을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겠지, 지금이라면 그 이유를 내가 물어볼까? 그렇다면 글로 써줄 수 있냐고 요청을 할까? 아니면 끄덕이거나 도리도리는 할 수 있으니 스무고개를 하면서 이유를 알아가게 될까?




이 기억을 떠올리니 그때의 내가 갑자기 너무나 어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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