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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파인 Dec 18. 2020

04. [오타니 컬렉션] 우리는 순수한 피해자가 아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민족들이 그랬듯, 우리는 20세기의 앞 절반을 굴욕과 고통이 점철된 시대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굴욕과 고통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36년 간의 식민지배와, 길게는 19세기 후반부터 이어진 열강들의 쟁탈전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제국주의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배 하는 동안, 우리가 이제껏 쌓아올린 모든 것이 유린당했다. 역사와 정치는 물론이고, 인적, 물적 자원들, 그리고 문화재까지.

그 세월동안 일본으로, 또는 다른 곳으로 반출된 문화재는 아직도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다. 10만 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을 뿐이다.

품목도 다양하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의 승전을 기록한 비석(북관대첩비)부터, 불탑, 토기, 그리고 건물을 통째로 떼어다 옮긴 경우(벽제관 육각정, 경복궁 자선당)까지. 피나는 노력에 의해 몇 개가 돌아왔고, 아직 많은 것들을 되찾아와야 하지만, 그 전에,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 역시,

약탈된 문화재를 버젓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름도 생소한 <오타니 컬렉션>이 그 주인공이다.



오타니 코즈이, 그는 누구인가



<오타니 컬렉션>은 대부분이 중앙아시아의 문화재들이다. 주로 돈황(돈황 석굴이 있는 그 곳 맞다), 투르판, 우르무치에서 온 것들이고, 공예품이나 예술품, 불교 문화재들이 주를 이룬다.



아, 그리고 먼저 밝혀두고 넘어갈 것이 있다.


<오타니 컬렉션>을 중앙아시아에서 약탈해 온 주체는 다행스럽게도(?) 한국인이 아니다.

 '오타니' 컬렉션이라는 이름에서도 보이다시피, 일본인이 약탈한 물품이다.


조금 크리피하지만, 20세기에는 이러한 '컬렉션'들이 흔했다. 문화재 수집가 - 의 탈을 쓴 약탈범 - 들의 훈장 같은 거였다. 우리와 관계된 것에는 <오구라 컬렉션>과 <헨더슨 컬렉션> 등이 있다.



여하간, <오타니 컬렉션>의 주인은 일본 승려였던 오타니 코즈이(大谷光端, 1876~1948)이다. 영국 런던에서 유학중이던 오타니는 서구 열강들의 공격적인 중앙아시아 탐방에 자극을 받아 1902년부터 1914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중앙아시아 각지를 탐방하면서 많은 유물을 수집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그러나, 그 탐방은 오타니 개인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곧 재정적 어려움에 부딪혔다. 결국 '오타니 탐험대'는 구심점을 잃고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오타니가 중앙아시아 탐험을 (반강제로) 그만두자, 그가 그동안 모았던 유물들은 그야말로 처치곤란의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한두다리 건넌 인맥을 통해 당시 조선 총독이었던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内正毅, 1852~1919)에게 기증되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오타니 컬렉션>은 총독부 박물관으로 사용되던 경복궁 수정전에 전시되었다. 

1945년 해방까지.



해방 이후의 오타니 컬렉션 



1945년 해방 당시, 패전국 일본은 상당히 다급하게 한반도를 빠져나갔다.

당연히 한반도에서 먹고 누리던 호화품들의 상당수를 가져가지 못했다.

그렇게, 제국주의의 흔적이 고스란히 한반도에 남았다.


그 중에는 <오타니 컬렉션>도 있었다.



<오타니 컬렉션>은 아직까지도,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중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오타니 컬렉션>을 우리가 먼저 돌려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아무도 지키지 않지만 국제법상으로 제국주의 시기에 약탈된 문화재는 '원소재지 반환'이 원칙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립중앙박물관은 '당사자가 돌려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굳이 나서서 일을 키울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여기서 말하는 '당사자', 즉 <오타니 컬렉션>의 '원소재지'가 중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당사자가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주겠다'는 말은 '돌려줄 마음이 없다'는 말로 들린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마치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사자성어처럼 여겨지는 요즘이다. 그만큼 현대인의 행동양식을 잘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오타니 컬렉션> 문제 또한, '내로남불'의 정석이다.



우리는 다른 민족의 문화재를 버젓이 전시하고 있으면서,

우리 문화재는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거, 너무 어불성설 아닌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오타니 컬렉션>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한,

절대로 순수한 피해자가 아니다.







참고문헌)

혜문,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작은숲, 2012, pp. 223-229.







#오타니컬렉션#유잼이고싶은역사이야기#약탈문화재#해외유실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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