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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속에서 배우는 대표의 역할

불만을 기회로 삼아, 조직 운영의 새로운 시각을 찾다.

어제는 밤잠을 설쳤다. 회사 직원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해당 직원은 평직원이 아닌 임원급의 리더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가 회사 또는 사람에 대한 불평불만을 서슴없이 하위 직원들에게 퍼붓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이 깊어졌다. 또한, 리더 회의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발언들을 보면 상대를 폄훼하고 본인을 세우려는 경향이 많아 몇 번 제지한 적도 있다.


대표로서 나는 그 일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의 수고와 고통을 알기에 오해를 바로잡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 리더는 나를 비롯한 다른 리더들이 그의 생각에 동의해주지 않거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여겨 적대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또한, 업무를 할 때 상대에 대한 공감과 배려 없이 본인 위주로 생각하고 발언하는 경우가 많아 주변 직원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상황을 조율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지만, 바로잡으려 할수록 상황이 악화되는 듯했다.


왜 그는 말을 순화하지 못하고 거침없이 내뱉을까? 그는 자신이 솔직하다고 주장하지만, 솔직함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인간관계를 통해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로서 유연하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 문제를 단순히 그 리더의 부정적인 성격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왜 그가 불평불만을 토로하는지 대화를 통해 들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고 갈등만 심화될 것이다.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갈등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직원 간의 갈등이 아니라 리더의 문제다. 어쩌면 회사의 정책이나 대표의 의사결정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발언이 비판받거나 공격받으면 방어 기제를 작동시키기 마련이다. 그 리더도 마찬가지로 본인의 발언과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왜 그가 그런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하는지 경청해야 한다. 동시에 그의 생각과 추진 방향 중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 욕구가 있으며, 이를 충족시키면 갈등을 완화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나 또한 공격받거나 비판을 들을 때 감정이 앞설 때가 있다. 이는 인간의 본능적인 반응이다. 그렇기에 부정적인 감정이 서로 만나면 갈등은 더욱 극대화될 뿐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단순한 이원적 판단이 아닌 보다 포용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인정하고 옹호하는 태도는 대표로서 옳지 않다. 칭찬과 인정이 필요하지만,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단호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때로는 대의를 위해 해고라는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의 규율이 무너지고, 다른 직원들의 불만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대표인 나부터 나의 실수와 잘못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그 후에 당사자들의 행위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조직을 운영하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사람마다 관점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충돌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불평불만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를 통해 다른 시각과 관점을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대표는 항상 양쪽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대표의 모습을 직원들이 직접 말해주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직원들은 나의 결점을 안고 회사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표에 대한 반응을 면밀히 살펴보면 나 자신을 돌아보고 개선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사건도 감사한 일이다. 내 앞에 주어진 사건은 모두 나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도 나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앞으로는 감사한 마음으로 대화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며, 단호함을 유지하며 회사를 운영해 나가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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