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갈등, 그리고 이해의 예술
요즘 나는 평창에서 전원주택 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문제없이 공사가 순조롭게 흘러왔다. 건축주도 만족스러워했고, 우리 사이의 관계도 좋았다. 그러나 어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그동안 공사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던 건축주의 아내가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공사 과정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을 앞세우기 시작했고, 문제가 아닌 것들이 사건처럼 부각되기 시작했다. 오늘 나는 그녀와 미팅을 하기로 했다.
이 집은 아들이 부모님을 위해 선물로 지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주택의 콘셉트도 부모님의 취향에 맞춰 설계하고 시공해 왔다. 그런데 이제 집의 형태가 어느 정도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아들의 아내는 본인의 취향과 맞지 않는 부분들을 발견한 모양이다. 아들은 어제 전화를 걸어와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아내의 지적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아내와 충분히 대화할 생각이다.
오늘 나의 마음가짐은 분명하다. 아내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고, 필요한 부분은 이해시켜 드리며, 어느 정도는 그녀의 의견에도 동의해 줄 생각이다. 디자인은 결국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것이다. 건축에서 어떤 것이 좋고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마치 인생에서도 내 길이 옳다고 해서 모두가 박수 쳐주지 않는 것처럼, 건축 디자인 역시 그렇다.
타협과 협상은 결국 서로의 입장과 마음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내가 전문가이고 상대는 초보자라는 생각으로는 결코 좋은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이 아니다. 서로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가, 바로 그것이다.
건축 현장에서는 이런 갈등이 흔히 일어난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이 만남을 준비한다. 무탈함도 물론 소중하지만,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는 배움과 경험 또한 귀중한 가치가 있다. 문제는 언제나 해결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오늘 나는 양쪽의 마음을 한 결로 모아내는 해결사의 역할을 맡는다. 이런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