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뚜 May 08. 2021

난임일기

#1

처음에는 인공수정과 시험관의 차이가 뭘까?라는 궁금증으로 난임에 대해서 알아보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결혼식을 한지 곧 만 2년이 되어 간다. 사실 그렇게까지 부부관계에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초반에는 피임약을 먹었고 한 1년 정도는 내가 이직을 위한 시험을 준비하며 직장-공부-운동 사이클을 반복하며 산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임신은 물론 부부관계에도 소홀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우리의 나이도 한 살 두 살 먹어갔다. 올해 초부터 아이를 가지면 어떨까? 하고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임신 전 산전검사를 받았다. 31살의 나이에 나는 자연임신 확률이 현저히 떨어졌고, 그 검사 결과를 받아보는 순간 나의 생물학적 나이를 무시할 수 없음과 어쩌면 우리에게 예쁜 아기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렇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두려움이 귀찮음을 이겼나 보다. 이미 형성된 부부의 생활습관을 이기지 못했고 일이 끝나고 나서 너무 피곤한 내 몸의 피로 회복이 더 중요했고 교대근무를 하는 남편과 시간이 잘 맞지 않았고 시간이 맞는 날에도 오늘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주변에 나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던 지인들의 하나둘씩 임신 및 출산 소식을 들으며 썩 간절하지 않았던 아기가 간절해졌던 것일까? 갑자기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의 차이에 대해서 궁금해졌고 검색을 하던 중 내가 어쩌면 난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우리, 난임 검사받고 시술받자.’ 고 얘기를 했더니 내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라며 천천히 생각을 해보자고 하는 말에 너무 속이 상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잘만 임신되는데 왜 나는 이런 걸 검색하고 있나 하는 서러움이 밀려와 회사 모니터 앞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때의 정확한 상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의 감정과 앞으론 난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막막함과 외로움들이 아직 나에게 남아있다. 다행인 것은 남편도 회사 동료 중 인공수정으로 첫째를 출산한 동료와 이야기를 한 이후 난임 검사를 받고 시술을 하자는 것에 동의를 했다는 것과 그래도 내가 이야기한 것을 아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않고 알아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부부에게 귀한 아이가 올지 안 올지 우리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2년 후 우리가 지금 이 상황을 돌이켜 보았을 때 지금 하고 있는 이 노력들 덕분에 아무 노력도 시도도 하지 않고 흘려보낸 2년을 후회하는 지금의 나처럼 2년 후의 나는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오는 후회는 없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노력의 결실로 귀한 우리 아이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