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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 Spring Dec 02. 2016

언제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어?

그와 같이 있지 않아도, 온전히 충분한, 더 나은 나를 발견했을  때

지금의 남편과 사귄지 백일? 이백일? 정도가 되었을 무렵부터,

나는 혼기가 차지 않은 나이였음에도 용기내어 말했다.



오빠랑 결혼하고 싶다.


데이트 스냅샷 @신사동 가로수길


그러면 오빠는 난감한 얼굴로, 나는 아직 결혼 생각이 없는데... 라고 직구를 날렸다.

그럼 언제 할건데?라는 내 볼멘 소리에도, 음... 서른 셋?쯤을 외치고, 삐진 나를 풀어주느라 한동안 고생을 좀 했더랬지. (그 때 당시 오빠는 스물아홉) 나는 그 당시 취준생이었고, 오빤 2년차 사원이었다. 아무래도 나보다 더, 먼저, 이 사회와 본인의 경력과 가정이 있는 삶과 없는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친구들에게 결혼 소식을 알렸을 때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언제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어?


늘 어딘가 불안하고 서성대는 마음은 의지할 곳을 찾았다. 나는 항상 안정감과 행복감을 '밖'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나 스스로를 온전히 알고 인정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서, 누군가와 함께 해야만 괜찮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나를 나답게 이끈다. 내가 초조하지 않고, 그 순간 순간 평화롭게 될 수 있도록 만든다. '더 나은 나'의 모습을 찾게 도와준다. 온전히 나라는 사람에 집중하고, 또 나라는 사람,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게 한다. 이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고부터, 동생이 종종 말했다. "언니 옛날보다 좀 더 안정적으로 변한 것 같아."


혹 작은 감정이 불꽃처럼 일어나 다툰 후에도, 내가 힘들었던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해의 장을 만든다. 싸웠던 주제나 대상에 대해서 얘기하기 보다는, 그 순간 느꼈던 너와 나의 감정을 공유한다. 무엇이 서로를 화가 나게 만들었는지 알고, 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 신기하게도 감정이 잘 정리된다. 뒷 감정 없이 화해할 수 있다는 것. 내게 이 관계는 참 신기했다. 그리고, 그래서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었다.


바람피면 딱밤 백대 @도산공원


온쪽과 온쪽이 만나, 하나가 된다


나는 길었던 어떤 연애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찢겨진 그 상태로 축적된 갈등에 많이 힘들었다. 우리는 어떠한 관계에서 다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잘 정리하지 못하면 아픈 상처로 남게 된다. 잘 해결하면 흉터만 남겠지만, 그래도 그 상처가 곪을 일은 없다. 그러나 잘 해결하지 못하면, 딱지만 앉은 상태에서 그걸 또 긁어 떼어내고, 덧나고, 긁고, 덧나고, 덧나고... 그래서 그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병들었던 것 같다. 회복하기 어려웠던 그 연애는, 지금도 종종 꿈에 나타나 나를 괴롭힌다. 그 때 나는, 스스로도 위태로웠던 반쪽이었던 것 같다.


흔히들 반쪽과 반쪽이 만나서 하나가 된다고 말한다. 나의 대답은, 아니다.


남편과의 연애는 안정적이었다. 왜 그랬을까? 1. 시작부터 우리가 잘 맞는 연인이었다? 2. 각자가 겪어온 연애에서 배웠던 것들, 그런 시간들이 지나고 좀 더 성숙해진 상태에서 만났다? 3. 혼자여도 온쪽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서로가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설렘 가득한 연애 초기를 지나면서, 서로가 이해하기 힘든 몇몇 부분들도 있었지만, 연애 초기와 마찬가지로 우린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내며 살아가고 있다. 중요한 건 이것이다.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 서로가 서로를 온전한 나의 모습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인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한다면 맞다. 남편이 내게 권한 책,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에 있는 내용이다. 나는 청첩장에 이 문구를 실제로 넣기도 했다. '온쪽과 온쪽이 만나 하나가 되고 싶다'고.


새벽 7시부터 준비했어요 @터치바이해리


아, 이 사람이다.


관계에 있어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거나, 의지할 어떤 곳으로 도망치지 않아도 되었던 나. 그런 나를 발견했을 때, 나는 이 사람과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이번 달, 두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이했다. 


온쪽이 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나를 채우고 있던 것들이 조금씩 쏟아져 반쪽이 되려고 한다. 여전히 나는 그와의 관계에서 온전한 나의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하지 않을 때에도, 스스로 온전하고자 살핀다. 서로가 온전한 서로가 되었을 때, 비로소 안정적인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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