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임신과 출산 이야기
얼마전, 새봄이가 태어난지 600일이 지났다.
나의 임신 - 출산 - 육아 - 워킹맘의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까하고 기억을 뒤적거려보니, 잠시 아득함이 밀려온다. 내게 그 순간 순간들은 정말 거대한 파도였다. 나는 그 파도가 경이롭기도 하고, 소중하기도 하고, 가끔은 무섭기도 하고, 또 너무나 버거웠다.
나는 유달리 입덧이 심했다.
임신 5주차부터 심해지기 시작했는데,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여서 회사에 병가를 2주 냈다. 병가를 내기 위해서 출근하던 그 길도 지옥같았다. 지하철에서 메슥거림을 참고, 출구를 나오며 올라오는 토를 참고, 앞서 길빵을 하며 걷는 아저씨를 피하던 그 길... 입덧은 14주쯤 끝났는데, 당시 몸무게가 8kg까지 빠졌다. 누군가가, 정말? 힘들었겠다. 라고 말하면, 씁쓸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겪어보지 않은 자, 고통을 논할 수 없다... 랄까.
남편은 매일 밤 배가 고프다고 울면서도, 괴롭게 게워낼 것들이 무서워서 먹는 것도 꺼리는 날 보면서 옆에서 같이 울었다. 행복이(태명)가 가끔 미웠다고도 했다. 임신과 함께 몸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는 나와, 그것을 간접적으로 지켜보기만 하는 남편이 느끼는 '임신'의 온도는 분명 달랐다. 나는 중학생 때 몸무게였던 42kg를 찍고, 드레스샵 투어를 가는 도중 쓰러지고, 무언가 먹기 위해 입덧 주사(링거)를 맞았다.
입덧은 유전이라는 얘기도 있고,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어머님은 입덧이 전혀 없었다고 하셨다. 그러나 나의 엄마는 입덧이 심해서, 언제든 토할 수 있게 까만 봉지를 들고 다니셨다고 한다. 출근 길, 까만 봉지를 챙기며 미안하고, 감사하고... 당신의 스물 다섯살, 까만 봉지를 들고 다니며 토했을 그 시절 엄마를 떠올리며 울었다.
그런 것들이 눈에 보이다보니, 남편은 임신한 나의 상황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감할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운 내게 남편은 그 고통을 공감하듯 대해줬다. 지금도 돌이켜 생각하면 감동이고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이 충만하다. 간혹 주변 지인들에게서 "나는 입덧도 없어서인지 남편이 뭔가 먹고 싶다고 해도 시큰둥하거나, 귀찮아해 ㅠㅠ "라는 허탈한 말을 들을 때도 있는데,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라면 정말 그러지 말자.
아이가 생긴 후, 배가 점점 불러오고, 태아가 갑자기 옆구리를 발로 연신 차대고, 조금 불편하면서도 행복하고 소중하지만, 막연한 출산의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절대 공감할 수 없겠지만, 눈을 감고 한 번 공감하기 위해서 노력해보자. 그래도 어렵다면, 10kg짜리 배낭을 앞으로 메고 하루를 살아 보자. 조금 공감이 된다면, 그 때 느꼈던 감정을 꼭 한 번 아내와 함께 나눠보자. 모든 것이 새롭고 불편한 아내에게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출산할 때 어땠어? 많이 아파?
뭐, 당연한 것을...
출산이 임박해오면서, 나 또한 여러 커뮤니티 또는 블로그를 통해 출산 후기를 찾아 읽었다. 굴욕 3종 세트라던가, 무통 주사, 라마즈 호흡법 등 다양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개개인의 '출산'이라는 상황은 미리 예상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다. 자연분만을 고집하더라도 아이가 거꾸로 있거나, 혹은 양수가 새거나하는 긴급 상황이 발생한다면 제왕절개를 할 수도 있고, 내가 무통주사 효과를 잘 받는 몸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진통이 오면서부터 내가 준비한 것은 라마즈 호흡법 유튜브 동영상을 남편과 함께 본 게 다였다. 그리고 엄마가 부른 내 배를 보며, 몇 번 말씀하셨던 게 기억난다. '콧구멍에서 수박이 나오는 느낌이야'
나는 새벽 1시부터 가벼운 진통을 시작하고, 그 날 오후 10시에 새봄이를 낳았다. 아침 9시에 병원을 가 보니, 자궁문이 열리지 않아서 다시 돌아갔고... 집에서 고통을 이기려 머리를 흔들면서 제자리뛰기를 했다. 오후 6시에 입원해서 4시간만에 낳았으니, 나름 순산이었던 것 같다. 옆에서 손을 꼭 잡고, 하나 둘 셋 ...열까지 세어 준 남편 덕분이었다. 특별한 위험이 없는 한, 내가 수술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사인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수술할까? ㅠㅠ 라는 내 말이 떨어지자 마자, 남편은 세상에서 제일 안쓰러운 얼굴로 그럴까? 라고 하더라. ㅋㅋ
친구들 중에 제일 먼저 아이를 낳았던 터라, 출산의 고통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 때마다 내가 하는 답변은 이랬다. "배 위로 칙칙폭폭 기차가 지나가는 느낌이야. 그 고통이 1분에 한 번, 30초에 한 번씩 온단다..."
얼굴도 모르는 네가, 벌써부터 소중하고 사랑스러워
갑작스럽게 찾아 온 아이였지만, 우리는 임신 사실을 안 지 3시간 만에 신이 나서 태명을 짓고 미래를 그렸다. 어설프게나마 태교를 위해 딸랑이를 만들고, 태교일기를 드문 드문 썼다. 입덧이 사라지면서는 하루하루 사랑이 넘쳤다. 신혼여행 중, 발리에서 우붓 나들이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있던 어떤 순간, 뱃 속에서 '통'하는 느낌. 내 배 위에 손으로 전달되는 두 번째 '통'... 처음 우리에게 닿은 너의 인사. 남편의 눈물.
어떤 하루, 내가 쓴 태교 일기를 한 장 한 장 넘겨보던 후배는 이 대목에서 눈물을 쏟더라. '한 번도 본 적 없는 너를 이렇게 소중히 여기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해. 사랑한다, 행복아.'
임신과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쓰고 싶었는데, 말도 안 되는 욕심이었나보다. 어쨌든 나는 나름 행복한 임신과 순조로운 출산을 마쳤다. 2박 3일 입원 후 병원에서 퇴원하고, 그로부터 일 년 정도의 시간은... 아,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진다. 충만한 행복감과 닭똥같은 눈물과 미숙함에서 오는 후회와 이기적인 마음에서 생기는 원망과 소중한 사랑스러움이 혼재하는, 어떤 드라마 한 편과 같은 그 시간은... 다음에 끄적여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