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by 채진아

마음에 드는 가게에 들어가 초콜릿 케이크를 먹고 외진 골목에서 길거리 고양이를 만나는 일. 원하는 속도로 페달을 밟아 자전거를 달리는 일. 길거리 버스킹을 지나치다 마음에 드는 음악이 들려오면 발걸음을 멈추고. 좋아하는 라테를 사 들고 공원에 앉아 지루해질 때까지 책을 읽었던 시간. 카페 직원과 짧게 마주쳤던 눈인사. 꼭 필요할 때 내게 먼저 내밀었던 손. 노을이 지는 언덕 너머로 춤추고 마시며 함께 나누었던 순간. 여행의 하루 끝에 눈을 감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기억을 꺼내 애써 돌아본 것들은 의외로 사사로운 순간이었다. 일렁이는 파도가 아닌 잔잔한 민물처럼 내게 스며드는 것.

누군가와 마주했던 여행을 돌아본다. 나보다 더 그때가 그립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말을 더 자주 했다. 다시 떠나고 싶다고 너랑 같이. 그때 나는 알았다. 우리가 단지 그 여행을 자주 회상하고 기억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지나온 시간은 이야기로 간직된다는 걸. 그리하여 무언가를 느끼려 하지 않아도 아무런 목적 없이도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걸. 혼자 했던 길보다 내 곁 가까이에 있는 사람과 함께 했던 길 위에서 나는 더 진한 기억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들을 자꾸 되돌아본다. 숨 쉬듯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작은 감정들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나눈 슬픔과 기쁨, 쓸쓸함과 고독, 간절함, 아쉬움, 미안함, 고마움. 그런 감정 속을 부유하며 나는 타인에게서 사랑의 모양을 배웠다. 나의 이야기는 너의 손을 잡음으로써 시작되고 확장되었다. 익숙한 곳에 애정과 정성을 다할 때 그것은 더욱 반짝반짝 빛이 났다. 나는 낯설지 않은 너를 매번 찾는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결코 내가 다시 쓸 수 없을 첫 글과 첫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