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점
나 예전부터 그림 그리고 싶었는데
그림 그릴 도구가 마땅치 않아
그래서 말인데.... 나 태블릿 사도 될까?
몇 분 전부터 연습했던 대사를 드디어 남편에게 꺼냈다.
초등학생부터 줄기차게 들었던 대답을 예상한 터라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렸다.
어릴 때부터 만화책을 보고 그리기를 좋아해서 크면 만화가게를 하고 싶다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을 자주 했었다.
하지만 그럴 때면 어른들은 모두들 입을 모아 하나같이
그건 돈이 안된다는 말과 함께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며 어깨를 토닥여 주곤 했었다.
미술시간은 또 어땠으랴?
자화상을 그리는 주제였는데 나는 사진을 찍듯이 판에 박힌 얼굴을 그리는 친구들을 보고 똑같이 그리고 싶지 않아 색연필을 들고 마구마구 거칠게 그렸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미술 선생님이 나에게 가까이 오시더니 한참을 내 그림을 보고 서계 셨었다.
나는 내 미술 실력을 알아봐 줄 이가
내 등 뒤에 있다는 생각에 마냥 더 신나게 마구마구 여러 색으로 얼굴을 그렸더니
그는 나에게 나지막이 속삭이곤 황급히 다른 친구에게 갔다.
“음... 얼.. 그 모랄까? 개성... 그래 개성이 있는 친구네.. 하하 하하”
그의 얼굴엔 칭찬이란 말보단 난감이란 단어가 써져 있었고,
그래도 고등학교 진로를 정해야 하는 나이에 상처받지 않고
이 길은 너의 길이 아니라는 단어를 표현하고자 오래 내 등 뒤에 머무르셨다는 건
그 말을 내뱉은 뒤 빠르게 사라지시며
다른 친구들에게 연거푸 잘했어 오호 미술 해야겠네라고 칭찬을 하는 모습에 깨달았다.
“그래 미술은 개성이 있으면 안 되는 거구나!”
그렇게 그림을 그리면서 들었던 좋지 못한 말들 앞에
나는 시도도 하지 않고 높이뛰기 선수가 장대를 쥔 채
뛰어야 할 곳 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주저앉은 선수처럼
그렇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다시 남편 앞에 장대를 들고 서있다.
그 모습은 당당하지도 확신에 찬 얼굴이 아닌 그저 주뼛주뼛 한 자세로 금방이라도 톡 치면 울 것 같은 얼굴로 서 있었다. 남편은 그 얼굴을 보고 빵 터져 웃음을 터트리더니
“그래! 그런데 아직은 시작 단계니까 펜이 있는 핸드폰으로 연습해 보면 어떨까?”
라고 말하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 고마워!”
나는 처음 받아보는 긍정의 사인에 뛸 듯이 기뻐서
남편이 핸드폰을 같이 바꾸기 위해 나에게 친 덫인 줄을 꿈에도 모르고 방방 뛰었다.
그렇게 생긴 '내 손안에 생긴 작은 세상'
그렇게 내 그림의 시작은 내 손안에 작은 세상으로부터 시작 되었고 내 이야기는 당신이 예약한 그 호텔 지하 2층에서 시작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