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변신보다 변심을 꿈꾼다.

변신보다 변심이 쉽기에

by 야초툰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욕망들은 아무렇지 않게 어린 시절 추억에도 호박 타르트에 살짝궁 올려져 있는 생크림처럼 달콤하게 올려져 있었다.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지금이 순간이 꿈이라면 살며시 너에게로 다가가 모든 걸 고백할 텐데를 외치던 세일러 문


긴 머리 높게 휘날리며 빨주노초파남보 동그라미 풍선을 그렸던 천사소녀 네티


전설 속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 그 약속 지키러 온 웨딩피치

(웨딩피치와 어울리지 않았던 허스키한 목소리가 기억이 난다.)


어릴 때부터 올려 먹은 생크림 때문이었을까? 나는 달콤함에 중독되어 노예 인생을 살다가 해방되는 도비를 꿈꿨고, 남극에 사는 펭귄보다는 우주 대스타를 꿈꾸는 펭수에 열광했다. 마치 내가 그들이 된 것인지 그들이 내가 된 것인지 알수가 없게 그들의 팬으로 빙의가 되어 미친 듯이 그들의 굿즈를 폭풍 클릭하며 구매하던 나에게 어제의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의 축구 경기가 새로운 전환점을 던져 주었다.


그들의 경기는 이미 축구천재 메시의 라스트 댄스, 어차피 우승은 아르헨티나라는 듯한 해설위원들의 말로 시작된 중계방송이었다. 마치 각본의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처럼 주인공 아르헨티나의 축구선수들은 동네 마실을 나온듯한 느낌으로 등장했고, 그 뒤로 우정출연과 같은 사우디의 선수들의 마치 주인공을 빛내주기 위해 잠깐 등장하는 카메오를 비춰주듯 보여주었다. 그들을 보고 있는 나 역시 마라도나에게 우승컵을 전달할 메시를 기대하며 지금 역사의 한 장면을 시청하고 있다는 두근거림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점점 자신의 기량을 뽐내는 아르헨티나의 선수들보다 마치 서로가 한 줄로 묶어 있는 듯한 사우디 선수들의 모습이 더 뭉클해져 갔고, 남들이 뭐라고 하든 우리는 최선을 다한다라는 그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마치 그들이 2002년 우리나라 선수들과 오버랩이 되면서 힘 없이 보이던 그들이 눈을 번쩍이며 낫과 쟁기를 들고 봉기하던 농민들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의 골대에 수없이 들어오는 골들을 헤딩으로 골키퍼의 선방으로 그리고 오프사이드로 있었던 골을 없던 골로 만들어버렸다. 축구장에서 기적이라는 단어를 열과 성을 다해서 쓰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보았던 수 없이 변신을 해오던 주인공들과는 달랐다. 오히려 남들이 이번에는 포기하라며 어깨를 두들기던 오디션 참가자, 유명한 영화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에서 대사 한마디를 하던 엑스트라와 같았다.

그들은 변신을 하지 않았다
다만 보는 이의 마음을 변심하게 만들었다.

나도 그들처럼 나를 변신시키는 게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 주면서 내 글을 보는 이의 마음을 변심하게 만들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