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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초툰 Jan 08. 2023

영어를 잘하면 생선 가시를 잘 바르게 된다.

보이는 것에 속지 마라

어제 두바이&아부다비 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채널을 돌리면서 보게 되었다. 마치 나의 과거와 현재를 비추는 듯한 그 영상들에 나도 모르게 남편을 바라보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세월 참 빠르다. 내가 두바이에 있었을 때 저기 팜 주메이라 만든다는 말에 콧방귀를 뀌었는데..”


“팜 주메이라?


“응 내가 구시가지 3성급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데 룸서비스에서 일하던 인도 동료가 와서 호텔 근처 바닷가에 사막을 부어서 호텔을 세운다는 거야 그것도 무슨 야자수 나무 모양으로 만들어서 팜 주메이라가 된다더라고 내가 어이가 없어서 바닷가에 사막을 부어서 호텔을 세운다니 말이 돼? 콧방귀를 뀌어줬지 “

“그런데? “

“저기 있네.. 그 모양이”

화면에 야자수 모양으로로 뻗어있는 곳에 호텔들이 가득 들어선 모습에 동료의 그 말이 내 콧방귀로 사라져 버린 게 아니었구나 싶어졌다. 그 영상은 내 기억 속에 사막으로 만 덮혀져 있던 두바이라는 곳이 어느덧 세월이 흘러 화려한 관광지로 변해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들여다보는 나에게 남편은 일침을 가했다.


“야 뭘 그렇게 놀라냐? 벌써 20년 전 이야기 아니야?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

“뭐!!! 아냐 20년.. 14년 정도…“

“그게.. 그거다”

“쓰읍…”


씁쓸한 마음을 간신히 고이 접어 두고 남편을 종이 접기처럼 깔아뭉갠 후 영상을 다시 보자 아부다비를 대표한다는 호텔이 나타났다.

아닛! 저곳은!

유일하게 내가 아부다비에서 아는 호텔이 나오자 신이 나서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아 그래도! 10년이 지나도 저곳은 그대로네.. 나 저기가 봤잖아! 아는 오빠가 저기서 근무했는데 얼마나 부러웠던지..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호텔리어구나 싶더라고… 그래 그 모습 그대로구나…”

“아는 오빠?? 같이 면접 통과해서 간 오빠? 그런데 그 오빠는 저기 가고 너는 왜 구시가지 3성급 호텔에 갔어?”

“…. 영어 실력 차이로다가.. 근무지가.. 갈렸어..”

“(안타까운 눈빛으로) 아…. 그랬구나.”


그의 측은지심이 잔뜩 묻어있는 그의 눈빛에 자존심이 상해서였을까? 갑자기 내 마지막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생각나서 남편에게 내 말 잘 들으라고 위협하며 바짝 다가가서 말했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내가 저 호텔 가서 구경하다가 너무 부러워서 오빠한테 오빠 너무 부럽다고 했더니 오빠가 뭐랬는지 알아?”


“뭐랬는데?”


“부러울 거 일도 없다며 자기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일하는데.. 자기 담당이 뭔지 아냐고 나한테 묻는 거야”


“그래서?”


“와인 담당? 이냐고 물었더니, 오빠가 미친 듯이 웃으면서 생선 가시 바르는 담당이라고 앞으로 생선 가시 바를 일 있으면 부르라고 웃더라고  너무 큰 호텔이라서 레스토랑에서도 하는 일들이 하나하나 세분화되어 있다며…그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서빙하는 내가 낫다고 생각했지 으하하하하 “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세운 나는 나의 억지 논리를 들키지 않게 미친 듯이 웃어댔고, 남편은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더니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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